전기·가스요금 인상 속도 조절 나선 정부…'요금 현실화' 기조는 유지

尹, 전기·가스요금 인상 '억제' 아닌 '인상 폭·속도' 강조
2분기 예고한 가스요금도 수순대로…"요금 현실화 기본철학"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폭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전기료 폭탄까지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이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내비치면서 급격한 인상 부담은 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금 동결·인하와 같은 실질적인 지출 부담 축소가 아닌 난방수요에 전기수요가 겹치는 계절적 특수성을 고려, 일정시기 부담이 한꺼번에 집중돼는 상황을 분산시키는 방향이어서 국민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어찌됐건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요금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쭉 요금 인상 압박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물가 및 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전기·가스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경감대책도 내놨는데, 역대 정부에서와 달리 '요금 동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됐지만, 수십조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우리 에너지 공기업(한전, 한국가스공사)들의 부실 경영 원인이 이전 정부의 포퓰리즘식 '요금 억누리기'에 있었다는데 이를 비판해 온 윤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결국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관건은 '인상 폭'인데,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 1분기 키로와트시(kWh)당 13.1원이 올랐다. 이는 전분기대비 9.5%, 지난해 연간 인상액(kWh당 19.3원)의 68%에 달한다.

윤 대통령이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주문한 상황에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액은 이보다는 확실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역대 정부에서 보여 온 '요금 인상 억누르기'와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은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인상은 불가피하나 각각 공공요금들이 중첩되는 인상 시기를 분산하고,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공요금 폭탄 서민 전가 반대와 지하철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지원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1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런 가운데 1분기 동결됐던 가스요금도 2분기에는 오를 전망이다. 혹한기도 지난 상황에서 정부의 확고한 '요금 현실화' 의지 속 인상 폭이 크지 않은 선에서의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일련의 '난방비 대란' 속 싸늘한 국민 여론은 부담이다. 지난 1월 가정에 날아든 공공요금 청구서에 지난해 각각 38.4%, 37.8%씩 오른 도시가스요금과 열 요금이 본격 반영됐다. 2월부터 발송되는 공공요금 고지서엔 지난달 급증한 난방 수요와 1월부터 적용한 전기요금 인상분까지 찍히면서 서민과 소상공인을 부담이 커졌다. 그만큼 국민적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원가주의 요금 현실화를 추진 중인 정부 기조 속 '2분기 인상 폭' 조절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말인 2026년까지 한전과 가스공사 누적적자 및 미수금 해소를 목표로 공공요금을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산업부와 한전 등이 국회에 제출한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전기요금은 ㎾h(키로와트시)당 51.6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 당 10.4원씩 올려야 2026년 누적 적자 해소가 가능하다.

올해 목표 인상액의 근사치까지는 달성한다는 전제라면 정부가 2분기 다소 인상 폭을 완화하더라도 남은 분기, 상황에 따라 다음 해까지도 인상 압박은 커질테니 시기의 차이만 날뿐 총량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출범 때부터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무엇보다 '원가주의'에 입각한 요금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면서 "단순히 역대 정부에서와 같이 요금을 틀어막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현 상황을 조금도 개선해 갈 수 없다.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철학"이라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