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말자" 가계부채-집값 불안에 '균형감' 강조하는 한은

총재·부총재보 등 고위인사 '지나친 우려' 경계 발언
13일 기준금리 인상 앞서 과도한 시장불안 통제 해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1.3/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경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3일)

"경제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위험 대응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이종렬 한은 부총재보, 9일)

암울한 경제 전망이 지배적인 새해가 밝아 오면서 한국은행이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이성적으로 이끌기 위한 '균형추' 역할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에 이어 이종렬 부총재보 등 한은 고위 인사들이 최근 경제 주체의 '과도한' 우려들을 불식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서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이 부총재보는 전날 한은 공식 블로그에 '금융 안정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 제하의 글을 올렸다.

이 부총재보는 글 첫머리부터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위기 발생 가능성을 상시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돼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총재가 앞서 내놓은 신년사와 꼭 닮은 내용이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경제 위험 요인에 철저히 대응해 나감과 함께 우리가 경제 상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경우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 2022.12.22/뉴스1

당시 이 총재가 경계한 '위축'이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가리키는지 다소 불분명했으나, 이 부총재보가 올린 글에서 명확한 설명이 제시됐다.

예를 들어 이 부총재보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일부 부동산 금융의 부실화 가능성과 관련해 실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들을 점검한 결과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부 노력과 금융권의 상호 협조로 원활한 자금 공급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금융 부실을 일정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과도한 신용 경계감으로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정상 사업장까지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 확대 위험에 대해서도 과도한 해석에 주의했다.

이 부총재보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62~63%)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며 "또한 가계의 DSR은 1인 가구 기준으로 보면 최대 6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겠으나 배우자 등 동거 가족의 소득까지 감안하면 4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가계대출·부동산금융 등 새해 불안 요인은 우리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과 정부·당국의 정책 노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험으로 판단되며, 오히려 경제 주체들이 상황을 실제보다 나쁘게 받아들여 유동성을 필요 이상으로 축소할 경우 역으로 불안 요인을 자극해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경고다.

새해에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려는 정부·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은행 등 경제 주체들의 이성적 대응도 위기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한은의 소통은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나온 터라 더욱 주목받았다.

시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3일 금리 결정 회의에서 현 3.25%인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은 이에 대내적으로 가장 크게 자극받을 가계대출·부동산금융 등에 대해 선제적인 시장 불안감 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총재는 앞선 신년사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한은은 정부와 함께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하는 정교한 정책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변화 등에도 유의하겠다"고 예고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