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엄중한데' 공기업 또 지역 정치권 '낙하산 인사' 논란

한수원·가스안전공사, 非 전문가 비상임이사 6인 선임…정치권 '낙하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 낙하산 비상임이사는 1~2년 거쳐 가는 손님"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계없음. ⓒ News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공기업 비상임이사의 지역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 결여는 물론 불공정 논란을 야기해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엄중한 경제상황 속 전 공공기관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이들에게 주어지는 인건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비상임이사로 전 영덕군청 부군수 A씨와 전 경북도의회 의장 B씨,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C씨등 3인을 새로 선임했다.

공모 과정에서 사측이 제시한 '전력산업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자'와 같이 추구하는 인재상과는 단순 이력만 놓고 봐도 동 떨어진다.

새로 선임된 인사들은 모두 대구·경북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 정치권 출신이다.

A 사외이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상주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B 사외이사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부터 경북도의회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C 사외이사도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비서실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한수원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연 3000만원(2022년 4분기 기준. 출처:알리오)의 보수를 받는다. 이들은 한수원 비상임이사로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한다.

한수원은 지난달 초에도 지역정치권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사외이사로 선임된 해당 인사가 취임 9일 만에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결국 돌고 돌아 결과는 같았다.

한수원 사외이사는 사내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기회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발 근거는 공개하지 않아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홍배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낙하산 근절' 이행 등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의 마찰을 포함해 1년째 이어온 노사 대립의 책임이 낙하산 인사로 윤종원 행장을 선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12.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3명의 비상임이사를 임명했는데, 2명이 여권 출신 활동가들이었다. 역시 해당 인사들 모두 공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관련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국회의원(인천 연수을)이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비상임이사 임명 현황'에 따르면 공사가 선출한 비상임 이사 3인은 금융 경험자, 농림수산 관련자, 인쇄업종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정에는 비상임이사의 경우 1차 서류심사 평가를 거치는데, 이 심사항목에는 '관련분야 전문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점 만점에 20점이다. 관련분야 전문지식이라함은 곧 '가스안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말한다.

그러나 선출한 3인의 면면을 보면 전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금융관련 전문가 이력을 가진 인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2명은 여당 출신 활동가들이었다.

이들 국민의힘 출신 비상임이사 2인의 프로필을 보면 D 상임이사는 모 지자체 시의원 이력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농어업상생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E 비상임이사의 경우 국민의힘 광진구청장, 국민의힘 상설위원회인 국민통합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씨는 특히 과거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2012년 9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시 광진구 갑 지역에서 낙선한 이후 2014년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로 임명되면서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논란을 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공기업 낙하산 논란이 에너지 위기 속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적절했냐는 데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국가전략으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원전 세일즈' 최일선에 선 공기업이다. 정부는 국가 상품으로서의 원전 활용 극대화를 위해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설정해 원전 수출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를 위해 한수원 역시 전사적인 세일즈 활동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고, 전략을 모색해야 할 컨트롤타워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무 전문성이 결여된 임원들의 의사결정에 기대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공기업 내부자는 "여느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매번 이런 식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저 1~2년 왔다가는 손님쯤으로 생각한다. 사실 어떤 업무적인 역량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