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어느덧 2.5만 마리…가을철 확산 주의보

올해 살처분 돼지 2020년 4000마리, 2021년 7400마리 넘어서
멧돼지 활동반경 넓어지는 가을 맞아 긴장 고조, 물가도 '비상'

경기도 김포·파주 일대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사례가 연이어 나오며 전국적 확산이 우려된다. ASF 확산 가능성이 높은 가을이 찾아온데다 최근 확진사례도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올해 6번째 ASF 확진사례가 나왔다. 해당 농장은 700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됐다.

전날 경기 김포시에서도 ASF 확진사례가 나와 3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올해 6건의 ASF 발생으로 인해 2만5000여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며 2020년(4080여마리)과 지난해(7400여마리) 양을 넘어섰다.

올해 살처분 돼지 수는 전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 1117만마리의 0.2% 수준이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을철은 멧돼지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반경이 넓어지는 시기다. 식량을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등 멧돼지로부터의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멧돼지들이 ASF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확산 위험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올해 경북 영주, 상주와 충북 보은 등에서 ASF 확진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바 있다.

가을철에 유동 인구와 차량이 많아지는 점도 ASF 확산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경기·강원지역에 ASF 확진사례가 집중돼 있는 요인으로 지형적 특징 등을 꼽고 있다. 멧돼지가 돼지농가에 접근해 ASF 바이러스를 옮기기 쉬운 환경이 많다는 것이다.

잇따라 ASF 확진사례가 나오며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이미 100g에 3000원을 육박하는 삼겹살이 더욱 비싸지며 '장바구니 물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경매가격은 1㎏당 6082원으로 전월(5629원) 대비 8%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국에 ASF가 확산하면 돼지고기 가격이 일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ASF가 가장 기승을 부렸던 2019년 9월 28일 기준 도매시장 평균 돼지고기 경매 가격은 1㎏당 5657원으로 전달 평균가(4179원)와 비교해 35%가량 오른 바 있다.

2019년에는 14개 농가가 확진돼 36만4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생산량 감소로 돼지고기 가격은 오르고, 전염병 인식이 강해지며 수요는 되레 감소하는 경향이 관측되기도 했다.

강원도내 전체 돼지 농가가 ASF 발병 사례를 낼 정도로 확산세가 가팔라져야 돼지고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강원지역에서는 현재 53만여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정부는 ASF 확산 차단을 위해 내년 2월까지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설정하고 예찰 강화, 야생멧돼지 포획 등에 나설 계획이다. 농장 차단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에 강화된 방역시설 설치도 내년부터 의무화된다.

양돈농가 위반사항을 처분하는 방식보다는 방역시설 설치 농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연내 조기 설치를 독려해 나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사육두수 대비 살처분 수가 많지 않아 돼지고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농장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감염으로 추정되는 만큼 방역대책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