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료비 10배 인상? 민영화 '괴담'의 진실

"MB정부때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 전조와 흡사" 지적도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성공회대 엔지오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파기와 철도 민영화 등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3.12.1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figure>한 대학생이 던진 '안녕들 하십니까'의 파문이 '민영화 괴담'으로 번지고 있다. 10대들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자신만의 SNS로 철도와 의료 민영화 주장을 담은 글을 퍼나르며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지며 자신들의 논리를 확장시키고 있다.

혹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흡사 이명박정부 초기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의 전조를 보는 듯 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과장된 우려가 뒤섞인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대 자녀를 두고 대구에 살고 있는 학부모 김모씨는 "대자보나 카스에 공유하라고 오는 내용들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과장되었는데 십대들은 그런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엄연히 있는 사실을 외면한 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게 최근 SNS 소통의 가장 큰 폐해"라며 "정부를 비롯해 기성 세대들이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했던 것도 반성해야될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철도 민영화, 사실인가? = 철도 노조는 코레일이 추진하고 있는 '수서발KTX 법인 설립=민영화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설 법인의 지분구조가 코레일 41%, 공공자금 59%인데 이중 공공 지분이 향후 민영화로 옮겨갈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명환 코레일 노조위원장은 "정부 안을 뒤집어 생각하면 민영화 예찬론자가 코레일 수장으로 내려오면 정관 변경을 통해 민간 매각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국회 논의를 통해 법률로 제한을 둬야 하는데, 정부와 경영진이 이를 거부하고 코레일 이사회가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수서발 KTX로 인한 이익을 제외하고 코레일이 흑자로 전환하면 추가로 지분 10%를 확보하고 점차적으로 지분을 늘려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영화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코레일 측의 계획을 노조 측이 신뢰하지 않으면서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 측이 사전에 노조와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런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수서발 KTX법인은 왜 설립하나? =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 출발 KTX는 평택까지는 새로 놓이는 철로를 이용한 뒤 기존 KTX노선으로 부산까지 운행한다. 강남권 KTX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사업이다.

일부 국민들은 코레일이 왜 별도 회사를 설립해 노조와 극한 대립까지 가는 등 분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에 대해 마뜩치 않아한다. 그러나 코레일로서는 수서발 KTX법인 설립 문제가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논리다.

우선 '부채 17조6000억원, 부채비율 433%'이라는 적자 공기업인 코레일의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의 독점 구조를 깨야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수서에서 평택까지 새로 놓이는 KTX 경부선의 운영 사업자를 코레일 이외의 사업자에게 맡겨 코레일 독점구조를 깨고 복수 경쟁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철도 요금 대폭 인상으로 이어지나? =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다. 수서발 KTX를 신설 법인에 넘겨 주 수익원인 경부선을 분할하면 코레일의 적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KTX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적자노선을 메우고 있는 코레일로서는 손실 구간을 없애거나 배차를 크게 줄일 공산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타던 승객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KTX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경우 국민들은 철도요금이 사실상 인상된 것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위해 코레일의 적자를 보전해주게 되면, 결국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2016년부터 영업흑자를 달성하면 코레일의 철도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혁신을 위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며 "결국 국가재정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서발 KTX 개통에 따른 수요가 확산돼 코레일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추가 수익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경영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질적인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발전기본법=영리병원 허용? = 의료계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약사들이 법인을 만들어 대형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정책이 의료민영화의 '준비 단계'라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SNS에는 '의료 민영화로 소득상위 10%가 의료보험 탈퇴하면 건보공단 재정 절반이 사라지고, 그 상위 10%는 대형 보험사와 병원이 차지한다', '의료 민영화되면 동네병원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앞의 구멍가게 신세로 전락한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곧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지금보다 몇 배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의료 민영화 논란을 불렀던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관련해 "해당 기본법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이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목적으로 입법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본법은 개별법률 개정없이는 각 문야 서비스산업의 정책 사항을 변경할 수 없다"며 "의료법 등 개별 법률에서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 한 이 기본법을 근거로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확대 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서비스발전기본법에 영리병원의 허용이 포함됐다고 한 것은 근거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의사협회는 이날 "정부가 영리병원의 허용이 포함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연내 통과를 강조하고 있다"며 "의료계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즉각적인 파업 등 강경투쟁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원격 진료=의료 민영화? = 의료 공공성 회복 차원의 정책인 원격 진료와 관련해서도 엉뚱하게 민영화 논란 불씨가 옮겨 붙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16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서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최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의료 영리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최 수석은 "원격진료는 의료 취약지역이나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1차 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정과제 추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코자 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의사협회 등이 주장하는)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현상이 생겨 동네병원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 수석은 "정부는 그런 염려의 시각을 잘 알고 있고 보완대책을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만 행하는 의료기관 운영 금지 △주기적인 대면 진료 의무화 △병원이 원격진료 할 수 있는 환자 범위를 수술 후 예후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으로 명료화 등이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최 수석은 또 "원격 의료를 통해 1차 의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대면진료에 준하는 수준의 원격의료 수가 신설 △현행 52개인 의원급 중점진료 질환 확대 △상급병원 진료의뢰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의원급 이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입법과 동시에 시범사업도 병행 실시해 본격적인 제도 시행 전에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의료법 개정안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런 구체적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실행해 나가려면 정부와 의료계가 긴밀히 대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하나하나 구체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ar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