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서발전, 임금피크 직원 희망퇴직…발전업계 인력감축 신호탄

희망퇴직 접수 결과 13명 신청…15년 만에 인력 구조조정
임금피크제 인건비 부담 대동소이…희망퇴직 확산 가능성

한국동서발전 울산 사옥 ⓒ News1 조민주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동서발전이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요금 인상 지연으로 전력업계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발전그룹사 중 동서발전이 가장 먼저 인력 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동서발전의 이번 희망퇴직은 인건비 동결 속 임금피크제 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 엇비슷한 처지의 다른 발전사들도 동서발전의 선례를 토대로 노사 협의하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대상 희망퇴직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올해 임금피크제 전환 인력 119명을 대상으로 지난 1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중 11%에 해당하는 1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서발전은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3월 말일부로 신청자들의 퇴직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서발전은 유연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당진화력발전소를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가 치솟았지만 전력공급가는 낮게 형성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인력감축 방침에 따라 2494명이던 정원은 2022년 12월부로 80명이 축소된 2414명으로 줄었다.

경영상 어려움에 인력감축 압박을 받아온 동서발전은 화력발전 핵심 인력으로 근무해 온 1964~1967년생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에 들어가면서 인건비 부담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2015년 도입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 1년 차 직원은 35%, 2년 차 직원은 40% 삭감된 임금(간부 40·45%)을 받고 있는데, 신규 직원채용과 사업전환 등을 위해선 이조차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동서발전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임금교섭 당시 임금피크제 대상직원의 희망퇴직을 위한 제도개선 안건을 상정해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직원의 79%가량이 찬성하면서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전력그룹사 누적적자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경영효율화 노력의 일환"이라며 "급격하게 증가하는 임금피크 인원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임금피크 대상자 중 한시적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발전 노조 측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는 별도 정원으로 운영하면서 2명 채용하면 1명의 인건비를 주겠다는 것인데, 전력발전은 계속 적자 상태이고 신입사원 채용 여력은 사라지고 있다"며 "기재부는 제한된 임금을 올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직원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어려운 희생을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올해에 이어 내년 등 향후에도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희망퇴직인 만큼 강제성 없이 직원 자율 의사에 따라 신청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동서발전의 희망퇴직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한정한 희망퇴직이지만, 최근 희망퇴직 추진 방침을 밝힌 한전 보다도 오히려 더 선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셈이다. 지난달 2일까지 80.9%의 직원들이 임금반납에 동의해 122억 7000만여 원의 재원을 확보한 한전은 올 상반기 중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동서발전의 이번 희망퇴직을 다른 발전사들도 예의 주시 중이다. 신재생·저탄소 사업으로의 전환 및 인력감축, 신규채용 수요가 맞물리면서 발전그룹사 모두 동서발전과 대동소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사 협의 및 합의에 따라 큰 마찰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발전원 전환 추세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화력발전 전성기에 입사한 직원들의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동서발전의 희망퇴직을 계기로 각 사별로 노사 간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도 무조건적 비용감축 쥐어짜기보다는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인력 확충의 전향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