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미수금 15.7조, 1년새 4.4조↑…2년 연속 無배당(종합)

당기순손실 7474억원 '적자전환'…도시가스 미수금만 13조 쌓여
'난방비 대란' 후 요금동결 지속…"올해도 배당 힘들어"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2월 가스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2023.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임용우 기자 = 치솟는 연료비에도 난방비가 동결된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지난해 재무실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7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전환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5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가스공사는 27일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2023년 매출액 44조5559억 원, 영업이익 1조5534억 원, 당기순손실 74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판매물량이 376만 톤 감소하고, 유가하락 등으로 판매단가가 MJ(메가줄)당 1.21원 하락하면서 전년도 51조7243억 원 대비 7조1683억 원(1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4634억 원에서 1조5534억 원으로 36.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조4970억 원 흑자에서 7474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적자전환은 도시가스 요금 동결과 기타 비용 증가 요인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스공사는 LNG 원료비를 별도의 이윤 없이 원가로 공급하고 있는데, 2022년 정산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익으로 계상된 원료비 2553억 원이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차감 반영됐다. 또한 동절기(12~3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정부정책에 따라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이 기존 9만6000원에서 59만2000원으로 6배 확대되면서 2044억 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생겼다.

아울러 전년도에 가스공사 수익으로 계상됐던 입찰담합 소송 배상금 수익 1558억 원과 해외사업 배당수익 538억 원 등이 요금인하 재원으로 활용되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은 미수금 증가의 영향이 컸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2022년 대비 이자율이 1.0%(2.93%→3.93%) 상승하고, 원료비 미수금 증가 등으로 차입금 평균잔액이 증가해 순이자비용이 6678억 원 증가한 1조5615억 원에 달했다.

LNG선 핵심기술에 대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조선사와 공동 개발한 KC-1 소송 1심 패소 및 관련 선박 손상액 4510억 원이 반영된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 모잠비크 Area4 사업과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의 손상평가 할인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해외사업에서도 4344억 원을 손상으로 인식했다.

특히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5조7659억 원으로 1년 사이 4.4조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1000억 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300억 원에 팔면, 적자분인 700억 원을 자산으로 분류한 뒤,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민수용 미수금은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 사실상 부채로 전환되는 금액이나 마찬가지이다.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8조5856억 원에서 2023년 13조110억 원으로 4조4254억 원이 늘어났다. 연료비가 고공행진하던 1분기에만 3조287억 원이 증가했고 △2분기 6292억 원 △3분기 2767억 원 △4분기 4908억 원의 미수금이 추가됐다.

같은 기간 발전용 미수금은 3조322억 원에서 1조9791억 원이 줄었지만 2조원 가까운 미수금이 남아있다. 민수용, 발전용에 기타 미수금을 포함한 총 미수금은 2022년 12조207억 원에서 2023년 15조7659억 원으로 3조7000억 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적자전환과 함께 사상 최대 미수금을 돌파한 가스공사는 2년 연속 무배당을 결정했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수익으로 인식하는 독특한 회계방식으로 사실상 적자를 기록하고도 주주배당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2023년도 당기순손실은 대부분 과거의 누적된 비용요인이 일시에 반영된 것"이라며 "2023 회계연도에도 당기순손실로 배당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에는 일회성 비용이 대부분 사라진 만큼 당기순이익 시현과 주주배당 재개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