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조 매출 한전, 법인세는 '0원'…올해 주주 배당도 요원

43조 누적적자에 깎아줘야 할 법인세만 11조↑
작년 4.6조원 적자 실적에 3년 연속 무배당 유력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2023.5.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지난해 88조 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전력공사(015760)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흑자를 내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천문학적 적자 탓에 향후 수년간 법인세를 내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회계 기준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부동산 일부 매각 대금 때문에 지난해에는 230만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올해는 이같은 자산매각도 이뤄지지 않아 법인세를 전액 면제받게 됐다. 2023년도 법인세 납부액은 오는 3월쯤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2022년 10조 원을 넘어섰다. 향후 내야 할 법인세가 이 액수만큼 도달할 때까지는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26%의 법인세율을 단순 계산해도 40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야 10조 원의 이연법인세 상쇄가 가능하다.

2023년에도 4조569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2022년보다 오히려 1조 원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흑자 시점은 물론 향후 이연법인세 자산을 털어내는 시점, 즉 향후 누적 44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때까지는 법인세를 면제받게 되는 셈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한 해 매출액 88조 원이 넘는 기업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속한 전기요금 현실화로 전력산업 생태계가 되살아났으면 한다"고 했다.

2021년부터 3년째 적자를 기록하며 43조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은 올해 주주배당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5조8000억 원과 32조6000억 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 2021~2022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역시 연간 적자를 기록한 만큼 3년 연속 무배당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공기업의 배당 적정성과 소액주주 보호 등 주주친화 부문 배점 강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배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43조 원의 누적적자와 200조 원의 부채를 감안하면 한전의 올해 배당 가능성이 낮다는데 보다 무게가 실린다.

한편 현재의 국제 연료가격 안정세가 유지되고, 총선 이후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전의 올해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금융권에서는 2024년 한전이 7조~9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 덕분에 2020년 3월20일 1만5550원까지 떨어졌던 한전 주가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 2만3550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