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로 700조원 이득 안겨준 원전, 특별법 무산 시 가동중단 위기"

황주호 한수원 사장, 자동폐기 임박한 고준위특별법 제정 호소
"2030년부터 방폐물 저장 포화…전기요금 부담 늘어날 것"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모습.(한수원 제공)

"사용후핵연료 총발생량이 5만 톤 정도 되는데 축구장 넓이 부지에 쌓으면 2미터 높이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4조테라와트시(TWh) 이상 전력을 생산한 원전을 통해 석탄이나 LNG발전 대비 7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연료비 이득을 얻어왔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늦어지면 관리 비용 증가로 전기료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운영도 멈춰 서게 될 것입니다."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를 요청하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관심이 멀어지며 고준위특별법 자동폐기 우려가 높아지자 황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2월 임시회 의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본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환경공단이 관리하는 경주 방폐장에 안전하게 이송해 관리·보관하지만, 처분시설을 갖추지 못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본부에서 임시보관 중이다.

임시보관시설도 어지간한 천재지변에는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하 수백 미터 지하 암반에 삼중사중 봉인 후 보관하는 전문 처리시설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선제적으로 원전을 가동해 온 원전 주요국들은 처분시설 확보를 추진 중이며, 건설절차에 돌입하거나 부지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핀란드는 내년 세계 최초로 고준위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고, 스웨덴과 프랑스도 건설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원전 운용 상위 10개국 중 부지선정조차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인도밖에 없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 모두 고준위방폐장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박근혜정부가 2016년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문재인정부 역시 정책 연속성을 인정했고, 윤석열정부에서 이같은 정부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방폐물 생산 규모에 대한 인식차가 크다는 점이다. 원전 찬성 진영에서는 신규 원전건설을 전제로 방폐장 건설 시 수용규모를 넉넉히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진영은 현재 가동원전의 수명까지만 운용할 수준의 방폐장 건립으로 자연스레 원전을 도태시키는 방안을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4건의 고준위특별법 중 대부분의 쟁점은 해소됐지만 여야가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이는 부분도 방폐물 수용규모 부분이다. 방폐장 필요성의 시급성을 감안해 여당은 야당 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당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황 사장은 "지역주민, 지자체에서는 (원전 본부 내에) 임시저장 시설을 짓겠다고 할 때부터 영구저장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아주 강하게 요청해 왔다"며 "사용후핵연료가 가득 차면 원전안전법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21대국회) 회기 내 통과가 안 되고 폐기되면 다음 회기에 추진해야 하는데, 새 회기가 시작되면 원 구성에 시간이 걸리고 새로 국회에 들어온 분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적어도 1년은 또 걸릴 것"이라면서 "제발 법이 통과되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내 임시 저장 시설에 보관돼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임시 저장 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른다. 방폐장 건립에 통상 17년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즉시 관련 절차에 돌입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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