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비상 걸린 韓수출·산업계…"관세·금리·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10% 관세 시 대미 수출 174억달러 감소 전망…"수출·통상 굉장한 타격"
EU·中 무역전쟁 심화 우려도…정부 "여러 시나리오 검토하며 대비중"

미국 공화당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다. 아이오와주의 백인 인구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2024.1.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미국 대선이 우리나라 무역·통상 환경의 변수로 급부상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온 바이든 대통령 보다도 더 강경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수출업계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바이든 대통령 재선 보다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패권경쟁 심화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고금리 정책 지속으로 투자유치 및 물가관리 등의 악재를 점치는 전망도 높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 대선을 예의 주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대응책 마련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가 지난 7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 공유됐다. 이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174억달러가량 감소, GDP가 0.308%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6일 개최한 '주요 시장별 수출확대 전략회의'에서는 제현정 워싱턴 지부장이 "우리 기업은 주요 대선 후보의 경제·통상 관련 공약을 사전에 살펴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워싱턴 지부는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공화당 인사들을 포함한 현지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미국 진출 현지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한국 동반자법안 통과 등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정부의 IRA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점은 우리 자동차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IRA는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불리한 측면이 작지 않았는데, 이가 폐기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만큼은 한국산 자동차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 합작법인 등의 형태로 진출해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IRA의 보조금 축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철강 등 여타 산업분야 무역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또한 호경기 속에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리나라의 고민거리이다. 원화 약세 속 유가 움직임에 따라선 국내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수출 차질도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 위축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우리나라 수출·통상에 굉장한 타격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 업종의 미국 내 공장 설립 등을 요구할 수 있어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미국 경기가 워낙 좋은 상황이라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연준의 고금리 금융정책 영향과 함께 통상 분야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무역·통상환경 변화와 함께 공급망 불안정화 전망도 제기된다.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EU와 맞대결도 불사하는 트럼프 성정을 감안하면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그는 대중국 관세를 60% 이상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역전쟁 불사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24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비를 하고 있다"며 "결국 (미국의) 어떤 정책이 바뀌게 되면 기업들이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 적응 과정에서 정부가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시나리오를 펼치고 기업들과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