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체코 원전 수주전 '사활' 건 한국…'K-원전 수출 분수령'

韓·佛·美 3파전 5월 판가름…황주호, 현지서 전방위 수주 활동
유럽·중동 '신규원전 붐'…체코·폴란드 낙점 시 추가수출 '청신호'

UAE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 제공) 2023.6.9/뉴스1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윤석열정부가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올해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신규 원전 건설 포함이 확실시되는 제11차 전력기본계획이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체코 등 유럽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수주 가능성도 높아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수출을 위해 뭉친 '팀코리아'는 올해 5월로 예상되는 체코 신규 원전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전방위 수주전에 돌입했다.

체코 중부 두코바니 지역에 최대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이번 사업에는 한수원과 함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EDF(프랑스전력공사) 등이 경합하며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체코전력공사(CEZ)는 올해 5월 사실상 수주를 확정하는 우선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팀코리아가 두코바니 5호기 원전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원전업계가 얻을 유무형의 이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총 사업비 9조원에 달하는 사업인 만큼 그간 수주 가뭄에 시름해온 원전 플랜트 및 부품공급사들에게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체코 정부의 후속 신규원전 사업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는 만큼 우리 원전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건설단가가 높은 EDF(EPR1200)와 미국(AP1000)에 비해 한수원의 APR1000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다만 유럽원전 시장에 큰 영향력을 가진 EDF, 기술력과 함께 미국의 후광을 업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 경합 중인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코바니 5호기 원전 사업자 선정 결과는 향후 잇따를 해외신규 원전 수주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수원은 폴란드 코닌 원전사업에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이 사업에 한수원은 폴란드 민간발전 ZEPAK, 국영전력공사(PGE)와 50대 50 지분투자를 통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 공동사업개발에 착수한 만큼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발 신규원전 프로젝트가 잇따르며 한수원은 수주 총력전에 돌입했다. 황주호 사장은 신년 첫 해외출장으로 체코 산업부 및 체코전력공사를 찾았다. 한수원의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자로)와 수소에너지 등 기술력을 홍보하는 한편, 체코 상원의장과 만나 신규원전의 공정한 입찰을 당부하며 전방위 활동에 나섰다.

황 사장은 체코에 이어 폴란드로 넘어가 한수원 바르샤바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현지 수주활동 동향을 체크했다. 황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해외원전 10기 수출, 원전 생태계 활성화, 원전 10기 계속운전이라는 국정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더욱 새로운 마음으로 신발끈을 조여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원전 수출지원에 적극적이다. 산업부는 2022년 10월 장관 자율기구제의 일환으로 원전전력기획관 산하에 신설한 원전수출지원과를 신설했다. 1년 한시조직으로 일몰기간이 도래하자 이를 원전수출협력과로 개편하며 전담기구를 사실상 존속, 강력한 정책적 지원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원전 예산도 대폭 확충됐다. 원전 생태계 강화 및 수출산업화 지원, 혁신형 원전 개발 등 예산은 지난해 보다 1877억원 늘어난 7615억원으로 32.7% 증액됐다. 원전 수출의 애로사항으로 꼽혀왔던 원전수출보증은 올해 250억원이 신규 편성됐고, 혁신형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300억원이 증액됐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 계약 즉시 수주금액의 30%를 선지급하는 '선금 특례' 등 추진 방침을 밝히며 "원전산업 생태계 경쟁력 제고의 성과가 구체적인 수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대형 원전뿐 아니라 원전설비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는 등 원전의 신수출산업화 목표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은 기술력과 함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수 십년 간 운영 노하우를 쌓은데다 가격 메리트도 갖춘 K-원전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세계 각국이 무탄소전원 확대의 일환으로 원전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한 상황 속 체코 수출에 성공하면 다른 국가들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영국(8기)과 프랑스(14기)가 신규 원전건설 계획을 밝혔고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추가 원전건설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UAE 바라카 원전 1~4기 원전 사업을 한국전력공사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을 계획하고 있어 K-원전 업계는 중동 지역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수주 기회를 엿보고 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