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에너지·공급망 불안에 對중국 적자까지…韓수출 연이은 악재
이-팔 사태 이어 美·英-이란 확전 우려…국제유가·물류비 상승세
"중동 문제 장기화시 韓수출 큰 타격"…대중무역 연초 적자 출발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미국과 후티 반군의 군사충돌로 중동 불안이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수출·경제·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가격이 상승하고, 물류 운송망 차질 및 비용증가 악재가 연쇄적으로 돌출하며 연초부터 암운이 드리우는 형국이다.
대만 총통선거를 계기로 미중·양안 긴장도 고조되고 있어 '친미원중(親美遠中)' 외교 노선에 따른 수출통제 보복 우려 등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수출경제에 가시적 타격은 없지만, 국제 분쟁·갈등 장기화 시 우리 경제 및 수출동력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군과 영국군은 지난 12일 예멘 전역의 반군 목표물 수십 곳을 타격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우회 참여했다.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티 반군은 하마스 지지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며 홍해 상을 지나는 상선 등에 총 26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바 있다.
미국·영국군의 후티 반군 군사시설 공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3% 가까이 급등하며 국제 에너지공급망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여왔던 국제 원유가는 12일 두바이유 배럴당 79.03달러, 브렌트유 78.29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당분간 오름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 인근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뿐 아니라 국제 물류·운송 분야의 불안정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오던 선박 대부분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는 노선으로 틀면서 물류비가 늘어나고,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예상치 못한 중동발 에너지·물류 공급망 불안정 돌출 악재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수출비상대책회의에 이어 14일 석유·가스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현재까지 에너지 공급망 및 물류·운송 차질은 크지 않지만, 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며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국제원유가와 더불어 해상운임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양수산부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국적 선사들에게 우회 항로를 권고하는 한편, 선복 부족 시 긴급 선박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중동발 공급망 불안에 더해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 흐름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과 교역에서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연간 적자 기록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저가 품목의 수입은 확대되는 추세인 반면, 고가 품목의 수출량은 줄어드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 1일부터 10일까지 대중국 수출은 10.1% 늘어나며 반등세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출 증가는 반도체 수출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는 비교열위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수입은 더 크게 늘어 대중 무역수지는 10억8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문제를 미국이 조기에 해결하면 다행이지만, 확전이 되면 우리 경제에는 굉장히 타격이 심하고, 네거티브 임팩트(부정적 영향)를 미칠 수밖에 없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운송비 등이 오르며 환율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됐지만 대응책이 뚜렷하지 않아 대중국 수출도 앞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올해 수출은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겠지만, 완만하게 늘어나 경기회복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할 것 같다.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경우 경기에는 긍정적이나, 큰 폭으로 인하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내수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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