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율 전망 어렵지만, 금융기관 건전성에 큰 영향 없어"

금융시스템 복원력·대외지급능력 등 대체로 양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긴축완화 과정상 금융불균형 누증 유의"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1.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최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국내외 높은 불확실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증대됐으나,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 대외지급능력 등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한은은 24일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함께 통화정책 긴축 완화 과정에서 중장기적 금융불균형 누증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올 하반기 물가, 실물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적절한 조합(policy mix)을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12월 중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안정화 조치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3분기 32.9로 지난 1분기에 비해 상승했으나, 여전히 장기평균(08년 이후 34.5)을 하회하는 수준에 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2024년 11월 17.3을 기록하며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계신용은 3분기 말 1913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가계부채 월별 증가 폭은 8월까지 점차 확대됐으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영향으로 9월 이후 둔화했다.

한은 제공

한편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신용통계 기준)이 146.7%(추정치)로 올해 1분기(149.1%)에 비해 하락하는 등 가계의 채무부담이 완화되면서 3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도 0.95%(은행 0.36%, 비은행 2.18%)로 대체로 올해 1분기 말 수준(전체 0.97%, 은행 0.37%, 비은행 2.15%)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3분기 말 1905조 8000억 원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강화 기조, 차주의 채무상환부담 지속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 둔화(전년 동기 대비 4.0%)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기업대출 연체율은 2.43%(은행 0.52%, 비은행금융기관 6.40%)로 1분기 말(2.31%) 대비 0.12%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비은행의 연체율 상승 폭(0.44%포인트(p))이 은행(0.12%p)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민간신용 레버리지(명목GDP 대비 민간신용)는 2분기 202.7%로 전년 말(206.5%) 대비 하락했으나 여전히 GDP의 2배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자산시장에서는 장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주식가격은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으며, 주택매매 가격의 경우 수도권 상승세가 9월 이후 점차 둔화했다.

외환시장을 살펴보면 달러·원 환율이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상반기와 비교해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그러나 외화자금시장은 외화조달 여건이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금융기관 자본 적정성 비율이 감독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유동성비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등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지속했다.

한은 제공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환율 상승 영향과 관련해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를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아직은 대외지급 능력이나 대외순금융자산 규모를 볼 때 금융기관 건전성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등 외환수급 개선 방안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이어갔으며, 한은금융망 등 금융시장인프라의 결제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3분기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은 1분기(3846억 달러) 대비 소폭 감소한 3780억 달러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 4153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은금융망 참가기관의 결제유동성 확보 수준을 나타내는 '일중당좌대출한도 최대소진율' 및 '자금이체지시 대기비율'은 3분기 각각 21.4%, 4.8%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김종화 금융통화위원은 "올 하반기 중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다"며 "이는 대외지급능력이 강건한 가운데 강화된 건전성 규제 등으로 자본 및 유동성 측면에서 금융기관의 복원력이 양호하게 확충된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 운용의 적절한 조합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자본과 유동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대외 부문의 양호한 복원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또 "통화정책 긴축 정도의 완화가 신용리스크 축소 등 금융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 불균형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며 "앞으로도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의 적절한 조합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아울러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등의 부실 누증, 부동산 PF 등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에 유의해 선별적인 자금 지원과 함께 질서 있는 구조조정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레버리지의 하향 안정화, 부동산 부문으로의 대출집중도 완화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