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장기재정전망' 논란…내년 3차 추계 앞두고 난감한 기재부

감사원 "기재부, 세자릿수 채무비율 81%로 축소…전망 전제 변경"
기재부 내부선 "해석의 영역일 수도…내년 기준 정해진 바 없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5.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손승환 기자 =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기획재정부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임의로 축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장기재정전망과 관련한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전망을 두고도 '과소추계' 의혹이 불거진 만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미래 국가채무비율을 전망하기 위해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과 재량지출을 연동하는 기존 방식 대신, 총지출을 연동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있다.

4일 감사원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영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세 자릿수로 높게 발표되면 나올 국민적 비판 등을 우려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만들라고 기재부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홍 전 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의 100%로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당초 153%였던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축소·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총지출은 법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과 정부 정책 의지에 따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구분된다. 기존에 재량지출이 경상성장률 만큼 늘 것이란 전제가 총지출이 경상성장률 만큼 증가할 것이란 전제로 바뀌며 국가 채무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의무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재량지출의 상위 개념인 총지출이 경상성장률에 연동될 경우, 재량지출이 늘어날 여지는 줄게 된다. 결국 국가채무비율이 실제보다 과소추계된다는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이는 앞으로 재량지출을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계속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어떤 파급 효과가 나올지 등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며 "당시 기재부는 이런 일을 일체 하지 않고 결과만 내놨다. (기재부가) 집권세력의 입장에 왔다 갔다 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전제 변경이 정책의 영역이지, 축소나 왜곡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감사원의 주장대로 재량지출을 경상성장률에 연동시키면 국가채무비율이 과다추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부에서도 감사 결과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재정전망이란 게 거시변수 가정에 따라 결과가 수십 퍼센트(%)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2018~2020년엔 총지출 증가율과 경상성장률이 비슷했다고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약간은 판단의 영역"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보고서 내용에 대해 맞다, 틀리다 얘기하긴 힘들다"면서도 "2015년도 그렇고 2020년도 그렇고 당시 상황에서 여러 방법을 가지고 고민해서 찾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감사원의 발표로 내년에 나올 3차 장기재정전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기재부는 5년마다 새 장기재정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내년이면 3차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해야 한다.

다만 감사원 지적을 반영해 경상성장률에 연동하는 지표를 재량지출로 되돌리면 국가채무비율이 큰 폭으로 오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을 참고하겠다"면서도 "장기재정전망은 그때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모델을 새로 만든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