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통과→尹거부권→재표결 부결' 또 도돌이표?
동일 법안에 거부권 두번 행사될 듯…"민생법안 시급한데" 우려도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5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지난해와 똑같은 수순으로 법안이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노란봉투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재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되면서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다.
야권은 전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179명 중 찬성 177명, 반대 2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크게 늘리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산업계에서는 반발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핵심 법안이라면서 당론으로 이를 채택해 상임위원회 논의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여권이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까지 회부했으나 민주당은 야권 단독 표결을 통해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했고, 이날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 현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되살아났을 때부터 꾸준히 우려를 표해왔다. 이정식 장관은 전날 국회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면서 정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 약자는 도외시하면서, 노동조합의 파업 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은 정치권을 겨냥해 "야당이 집권 여당이었을 때 다수당으로서도 추진하지 않았던 법안"이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된 입법과정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단독 강행 처리를 하는 등 법안 통과에 의지를 내비쳤지만, 노란봉투법은 또다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표결 시에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108석,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19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최소 8석의 여당 이탈 표가 나와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으나,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예상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조만간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후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거친 후 부결되는 '도돌이표' 상황을 또 한 번 맞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민생법안 통과가 시급한 시점에 여야가 정쟁에 매몰돼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20여건에 달하는 법안들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가 되는 만큼 여야의 갈등이 더 가팔라져 민생 돌봄은 멀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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