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男 취업 어렵다는데…"경력·임금 맞는 일자리 없어서"

원하는 일자리 없어서 구직 단념한 30대 남성만 8만여명
"평균 학력·스펙 상향…배운 것 비해 양질 일자리 부족"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2024.3.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전 연령·성별 중 유일하게 30대 남성의 고용이 좋지 않은 배경에는 조건에 맞는 일자리 부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30대 남성 취업자 수는 31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3000명 감소했다.

물가·내수 등 회복세가 더딘 다른 경제지표와 달리 최근 우리나라의 고용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취업자 수는 2021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36개월 연속 증가를 이어갔다.

그러나 30대 남성 고용의 사정은 다르다. 청년층인 20대와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 수도 감소하긴 했으나 이는 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이 주원인이었다.

반면 2월 기준 30대 남성 인구는 전년 대비 1만 3000명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오히려 1만 3000명 감소했다. 인구 2만 명이 줄어든 30대 여성의 취업자 수가 8만 4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특히 인구가 느는데 취업자 수는 감소하면서 30대 남성 고용률은 87.6%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2021년 2월(87.6%) 이후 전월을 통틀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이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1월2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같은 배경에는 경력·임금 등 근로 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점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 2월 기준 일하길 희망하나 4주 이내 구직 활동은 하지 않은 30대 남성 가운데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이들은 5만 5000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2만 9000명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서' 2만 명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2만명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5000명 등이었다.

육아(1000명)나 가사(900명), 통학(2000명) 같은 비자발적인 사유보다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할까 봐 스스로 구직 활동을 단념한 이들이 훨씬 많았던 셈이다.

30대 여성도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만 4000명으로 가장 많긴 했으나, 육아(1만 4000명)나 가사(3000명) 등으로 인한 사유가 남성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 남성의 평균 학력이나 스펙이 높아지면서 본인이 배운 것에 비해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는 게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