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2.05명' 롯데, 일·육아 우수기업 선정…이정식 "애국 기업"(종합)
고용부,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 개최…전문가·우수 기업 등 정책 논의
전문가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일·양육 병행할 시간 확보가 필수적"
- 나혜윤 기자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는 18일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일·육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출생률 2.05명' 롯데그룹을 포함해 재담미디어, 모션, 마녀공장, 이에이트, 이스트소프트, 정도유아이티, 남경엔지니어링,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9곳을 초청해 우수 사례를 공유했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이날 우수기업들의 사례를 듣고 "이런 기업들이 진정한 애국 기업"이라며 "정부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성과도 내고 있다. 앞으로 보다 더 존중받고 다른 기업들의 롤모델이 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하겠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자동육아휴직과 남성육아휴직 의무화제도 등 출산·육아제도를 도입하면서 임직원 출산율이 2022년 기준 2.05명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자의 경력 관리를 위해 육아휴직자가 복직할 때 기존 업무로 복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입학대상 자녀 양육 시에는 최대 1년간 '자녀돌봄 입학 휴직제도'도 사용 중이다.
근로자의 42%가 '워킹대디'로 부성보호제도를 지원하고 있는 (주)모션 역시 2022년 7월부터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직원이 희망할 경우에는 육아휴직 법정 기준인 1년보다 더 길게 사용이 가능하다.
조옥근 롯데 인재전략팀 수석은 우수기업 사례를 발표하며 "주요 26개 그룹사를 대상으로 2017~2022년 출생율 감소폭과 회사의 친화정책 운영 수준이 높은지에 대한 데이터 연계 분석한 결과 상위 30% 그룹사는 0.07명 증가했고 하위 속하는 그룹사는 최근 5년간 1.14명 감소 했다"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책을 꾸준하게 뚝심있게 밀고 가는 것은 실제로 저출산에 대해 출생률 감소를 방어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는 걸 내부적으로 입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하는 부모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정책 건의사항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고용부 2030청년 자문단의 문정희씨는 "일부 공기업 공공단체에서 시행 중인 '부모 시간 제도'라고 해서 연 2일 정도 유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연차를 시간 단위로 쪼개서 사용 가능하다"면서 "단 하루라도 이같은 제도가 지원된다면 평일에 영유아 검진을 갈 수 있는 시간 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건의했다.
김진환 이에이트 대 대표는 "'엄마아빠 출발기금'이라고 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의 운영 방식과 학자금 대출 상환 방식 등을 활용하면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부모들의 경제적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며 경제적 지원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저출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함으로써 일과 양육을 병행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그 수준과 지속기간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과 '분배'의 양면에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소, 일·생활 균형 등 고용노동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고용문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회복이 긴요하다. 취업 여부, 육아여건은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출산율에 관한 35개국 패널 모형 분석결과, 청년층 고용률과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출산율 약 +0.22명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여성에게 있어 출산을 하더라도 경력단절 없이 출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체감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 유연근무 활성화가 병행되어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험하면서 미국도 출산율 떨어지다가 처음으로 반등했는데,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의 확대가 시간자원을 확보하게 해줌으로써 출산율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유연근무제를 확대할 유인은 크지 않지만 일·생활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차원의) 인센티브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고, 정책적으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 연구원은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시간 운영이 가능하려면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양질의 촘촘한 돌봄서비스 제공이 전제돼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시간과 강도를 늘리는 '유연성의 역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연근무제가 근무 방식의 표준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지금의 저출생 위기는 인재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개미구멍 하나'라는 말이 있듯이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떠한 시도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일하는 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자녀를 돌보는 시간은 늘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했다. 육아휴직 제도의 지원 수준을 현실화하고 경력을 계속 이어나가며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활성화도 추진해 왔다"면서 "지속해서 현장과 소통하고 제도를 정밀하게 다듬어나가 당초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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