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우려 공존…'의료쇼핑 근절' 실손보험 개혁안 순항할까
의료개혁특위, 9일 토론회서 비급여·실손 개편안 의견 수렴
"의료남용 억제 필요 바람직", "건보 보장성 지속 확대돼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도수치료 등 진료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비중증 비급여 질환 등의 보장을 축소하는 5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하는 등의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이 9일 공개된다.
우선 하루에 정형외과를 10여 군데 방문하는 일종의 '의료쇼핑' 사례를 근절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의사의 진료를 통제해 병의원을 도산시킬 거란 의료계 반발이 공존하고 있다.
8일 정부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항목으로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그동안 비급여 진료의 가격은 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이었고,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 3월 기준 1068개 비급여 항목 진료비는 총 1조8869억 원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연간 비급여 진료비 규모를 22조6425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일부 비급여 진료 항목 기관별 가격 조사 결과, 같은 치료인데도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최대 60배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의 경우 병원급에서 최대 50만 원, 최소 8000원으로 62.5배 차이가 났다.
체외 충격파 치료의 가격 차도 병원급에서 43만 원(22.5배)으로 확인됐다. 경실련이 지난해 10월 비급여 진료 이용자 등 103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5%는 "비급여 진료비 가격을 제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무분별한 고가·과잉 비급여 진료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의료비 부담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실손보험 이용자의 과잉 의료 이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이 소위 '돈이 되는' 피부과나 정형외과 등으로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남용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현행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격, 진료 기준을 통제하면서도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여 오남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도수치료, 영양주사, 일부 척추 시술, 증식치료, 체외 충격파 등 실손보험 청구가 가장 많은 항목이 거론된다. 일부 항목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도 추진한다. 혼합진료는 크게 필요하지 않은 비중증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 급여 진료에 끼워 치료하는 행태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장성이 축소돼 건강보험 보장성과 균형을 이루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비중증 질환의 보상한도를 축소하고 건보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 보상 비율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9일 토론회를 거쳐 각계 의견을 듣고 이달 중 2차 의료개혁 실행 방안에 이번 개편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다만 의료계나 보험업계 등과 이견이 있고,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추가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며 호평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는 "실손보험이 보장은 하되 남용도 억제했어야 하나, 그간 관리하기 힘들었다. 남용 억제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교수는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일은 옳지 못하다"며 "비급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현행 65%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점차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환자와 소비자 선택권, 의사 진료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결선 투표에 오른 김택우·주수호 후보자 2명도 모두 이번 개편안은 물론,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김택우 후보는 "현재는 대통령이 궐위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은 잠정 중단해야 한다"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개혁 TF 2차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잠정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도 "저수가와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계획은 의료기관 줄도산을 유발해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를 완전히 망가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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