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의대정원 논의해야 하는데…'의사수급 추계위' 출범 불투명

당초 지난해 출범 예정…의료계 반대, 탄핵 정국 속 좌초 위기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4.10.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이 11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당초 지난해 출범시키려고 했던 '의사 수급 추계 논의기구'가 감감무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현 정부의 개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의료계는 애초부터 이에 부정적이어서 의사 수급 추계 논의기구 구성 또한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육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 2025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전날인 3일 마감됐다. 39개 의대의 정시모집 인원은 총 1597명이다. 앞서 수시 3118명, 정시 1492명을 선발할 방침이었으나 105명이 수시모집으로 충원되지 않아 정시로 이월되면서 정시 인원이 조금 더 늘었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그간 의료계가 요구해온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중단'이나 '모집중단' 요구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당장 2025학년도 신입생을 어떻게 가르칠지, 2026학년도 정원은 어떻게 정할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을 입시 1년 10개월 전에 공개하고 있다. 변경한다면, 입시가 시행될 그해 5월 말까지 가능하다. 오는 5월 말이 2026학년도 정원 논의의 '데드라인'인 셈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복지부는 의료계에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전문적으로 추계할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추계위는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 7인, 환자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 등 총 13인으로 구성된다.

추계위는 수급 추계 모형, 변수, 데이터 등 추계 방식을 결정하고 그 방식에 따라 추계한 뒤 그 결과와 정책 제안을 보건의료 정책 결정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복지부는 추계위를 지난해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다수 의사단체는 추계위 참여 등에 부정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합리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 추진의 일환이며, 증원 중지 등 의료계 요구에 기반하지 않은 사항으로 판단돼 반대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더욱이 '미복귀 의료인 처단' 등 비상계엄 포고령과 탄핵정국 등을 거치며 의정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의료개혁 추진 동력이 흔들리는 등 악재까지 겹친 상황. 의협 비대위 등 다수 의사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 백지화가 불발된다면 2026학년도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7일 제주대학교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열리는 제주시 제주대 본관 3층 회의실 앞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모집 중단이 수험생 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존 정원(3058명)의 절반 정도만 뽑자는 절충안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법이 발의돼 상임위 차원에서 조율 중이다.

이런 여러 제안을 논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어떤 자리에서라도 만나야 하나,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우선 의료계로선 의협 차기 회장 등이 선출돼야 향후 대응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의협 차기 회장 선거의 1차 투표는 4일까지다. 과반을 얻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오는 7~8일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당선인은 8일 개표로 확정되며 그 즉시 회장직을 수행한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추계위 출범과 2026학년도 정원 논의 등에 대해 "의료계의 추계위원 추천이 되지 않아, 추계위 출범은 어려워 보인다. 또 국회에 관련 법이 발의되는 등 거버넌스가 달라질 수 있어 두고 봐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2025년 연두 업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때 의료인력 규모 추계 등의 방향성이 담기겠다. 의료계가 추계위에 들어오면 2026학년도 정원 등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엔 변함없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