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의료 지속가능성 OECD 33개국 중 25위…"의사 수 적어"

1점 만점에 한국 0.48점…일본·프랑스·독일 0.6점대
"평가 영역별 성과 현저히 불균형"…의료비 본인 부담도 취약

2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2.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한국의 보건의료 지속가능성 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국 중 25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사 수'와 '본인 부담 의료비'로 평가된 '인력 공급 및 접근성 영역'은 33개국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경숙·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와 김윤희 인하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한국과 OECD 국가의 보건의료 지속가능성' 연구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학술지(보건경제와 정책연구)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의 상대적 수준을 진단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면서 "한국 체계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향후 한국형 의료보장 지속가능성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의료 인력 공급(의사 수), 의료 접근성(본인 부담금),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가용 병상수와 의료비 지출) 값을 넣고 건강 수준(출생 시 기대수명과 출산율), 질병 관리(결핵 발생률과 영유아 사망률) 결과를 OECD 33개국과 비교, 분석(1점 만점)했다.

그 결과, 한국의 보건의료 지속가능성 지수는 0.48점으로 33개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지수가) 매우 낮다"며 "평가 영역별 성과가 현저히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33개국 평균은 0.54점으로 일본(0.69점), 프랑스(0.66점), 독일·아일랜드(0.65점)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대로 멕시코(0.21점), 콜롬비아(0.26점), 튀르키예·리투아니아(0.42점), 칠레(0.43점) 순으로 낮았다.

특히 한국은 '인력 공급·접근성' 영역 지수가 멕시코와 동일한 0.2점으로 33개국 중 꼴찌였다. 활동 의사 수(인구 1000명당)가 OECD 평균은 3.68명인 데 반해 한국은 2.56명으로 튀르키예(2.18명), 멕시코(2.51명) 다음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대 졸업생 수의 평균(인구 10만명 당)도 OECD 평균 14.33명에 비해 한국은 7.3명이었다. 이스라엘(6.8명) 다음으로 적었다. 총 의료비 본인 부담금 비중은 OECD 평균이 18.85%였는데 한국은 27.8%에 달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봤을 때 가용 병상수(인구 1000명당)는 OECD 평균 4.54개인데 한국은 12.8개로 가장 많았다. 보건 의료비 지출(GDP(인구 총생산) 대비 경상 의료비 비중)의 경우 한국은 9.7%였다. 미국이 16.6%로 가장 높았고 11~12%대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가용 병상수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이 포함된 서비스 제공성 영역의 지속가능성 지수는 0.72점으로 일본(0.78점) 다음으로 높다"며 "OECD 평균(0.35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건강 수준에서는 높은 기대수명에도 불구하고 낮은 출산율로 지수가 0.45점에 그쳤다. OECD 평균(0.47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질병 관리에서는 낮은 영유아 사망률에도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 당 39명)이 높아 지수가 0.57점으로 OECD 평균(0.83점)을 크게 밑돌았다.

연구팀은 "의사 수 적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가운데 '지금 같은 속도로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며 "의료비 지출의 가치와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또 "한국 보건의료에서 지속가능성이 취약하다고 확인된 '의료 인력 공급 및 의료접근성' 영역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향후에는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