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생존자·유가족 트라우마 우려…그들 이야기 듣고 함께 해야"

[무안 제주항공 참사] "섣부른 판단 삼가야…잘못된 정보공유 지양"
정부, 통합심리지원단 구성…유족·목격자 대상 체계적 심리지원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임시 영안안치소가 설치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이설 기자 =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탑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 가운데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의료계는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그리고 이 사고로 충격을 받았을 많은 이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라남도의사회·광주광역시의사회는 전날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과 유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 모두 2차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트라우마는 장기적으로 심리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동 입장을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 치유에 주변 지인 등은 물론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함께 들을 때"라며,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삼갈 것을 당부했다.

학회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와 애도반응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이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

학회는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진정으로 이해해 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눠 볼 것을 권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 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며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조언했다.

학회는 또 "언론과 미디어가 트라우마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대중은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언론 보도를 시청하길 바란다. (특히)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생존자와 유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슬픔과 고통을 견디고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와 심리 지원을 충분한 기간에 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라며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학회는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재난의 수습과 복구, 재난 경험자의 회복을 위한 역할에 충실하며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 2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29일 오후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유가족과 생존자가 충분히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아울러 생존자와 현장 수습 공무원 등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끔 배려할 때라는 제언도 나왔다.

안석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현재 정부가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겠으나, 깊은 자책감 등이 1개월 이상 느껴진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존자에게 주변인과 우리 사회가 '살아남아 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위로가 필요하다. 국민께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태 수습에 매진하는 이들을 우리 사회와 언론이 이해해야 한다. 조금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담당자가 책임지고 수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일도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이번 여객기 참사 유족과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별 가용자원을 활용해 재난경험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마음이 힘든 국민은 누구든지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방문 또는 전화(1670-9512)하거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위기 상담으로 전화(1577-0199)하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