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불 보듯 뻔한데…의료계 '2025년 증원 백지화' 요구 왜?

2025년 모집 중단 vs 2026년 정원 협상해야
강청희 “2025년 관철 안되면 아무것도 안하겠다 자세 바꿔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 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 등이 18일 낮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아산병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잘못된 의대증원으로 눈 앞에 다가온 대한민국 의료와 의료교육의 파국을 막고 의료정상화를 만들기 위한 시위라고 밝혔다. 2024.12.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는 31일부터 2025학년도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등 의대증원을 되돌리기 어렵게 됐지만 의료계 내 '백지화'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의료계 내에서도 '백지화 관철' 강경론과 '2026년도 정원 신속 협의'라는 현실론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 '내란극복, 국정 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는 2000명 증원 정책이 부당하다는 데 대해 공감하면서도 '모집 중단' 측과 '내년도 정원 신속 협의' 측의 견해차가 드러났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2025년도 입학생 규모가 확정됐고, 이 시점에서는 '엎질러진 물'이 됐다. 내년도 증원을 되돌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 교수는 "어떤 상황이 돼도 의학교육은 파행 가능성이 크다"며 "2025학년도는 이미 뽑은 학생을 제외하고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여야 하고, 2026학년도 모집은 기존 3058명의 절반인 1500여 명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극복·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2024 의료인력 추계연구 결과'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2024.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반면 한국의학교육학회와 의대 교수 단체 등은 2025학년도 모집 중단만이 사회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많은 인원에게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황지영 한국의학교육학회 정보이사(동국의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2025학번 모집을 정지해야 한다. 의대는 졸업과 동시에 (의사면허 취득 후) 진료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 학생 수가 늘면 임상실습 과정을 할 수가 없다. 준비도 안 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 상반기 대학병원이 진료축소 방안을 발표하며 새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고 의학교육도 마찬가지"라며 "학생 1명, 1명의 지식, 술기, 태도를 영역별로 입체 평가해야 하나 학생 수가 2배가 되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학생을 받아놓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인프라를 구축한 뒤 학생을 받아야 한다"고 했으며,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도 "의료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년도 정원을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토론회가 공방으로 번지자, 강청희 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은 "2025학번 의대생도 의료계 일원으로 올 사람들이다.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대증원 문제에서 벗어나, 증원되는 의사 인력의 활용 정책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중재했다.

2000명 의대증원이 발표된 지난 2월부로 상당수 전공의와 의대생은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기존 요구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의협 비대위 등 다수 의사단체는 의학교육 질 저하, 의사 수 증가에 따른 국민 의료비 부담 등을 이유로 모집정지에 뜻을 모은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2026학년도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서 조율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내년 초 의협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여야의정 협의체를 새롭게 출범하자"고 언급했다. 이에 민주당은 관련 문제를 오는 26일 출범할 여야정 협의체(국정안정 협의체)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답했다.

내년 초 회장을 뽑는 의협이 정부와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문제를 대화로 풀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의대생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여야가 오는 26일 여야정 협의체 전체 회의를 여는 가운데 이번 사태 해결 방안도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게 의료계 요구다.

강청희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극복·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와 관련해,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의협 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강청희 민주당 특위 위원장은 뉴스1에 "2025학년도 정원을 줄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없다. 이대로 붙잡고 있다면 책임회피고, 각 단체 대표는 회원들에게 솔직히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강 위원장은 또 "2026학년도 정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0명일지, 1500명일지, 4500명일지 합의가 필요하다.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라면 국민께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2025학년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