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자다가 고함 지르고 발길질' 렘수면행동장애, 치매 유발

퇴행성 뇌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치료 빨리 시작해야
일반인 대비 수면 질 낮고 우울감 심해…적극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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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사람은 일평생 3분의 1을 잠자는 데 쓴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며 정서도 불안해지는데 만약, 잠에 들었음에도 고함을 지르고 발길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렘수면 단계'에 행동장애(렘수면행동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렘수면(Rapid Eye Movement, REM)은 수면의 단계 중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게 관찰되는 단계의 수면이다. 수면의 20~25%를 차지한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보통 5~7차례 렘수면을 경험하는데, 이때 깨우면 보통 "꿈꾸고 있었다"고 말한다.

낮 동안의 정신활동을 정리하는 수면으로 몸은 자고 있지만 뇌가 깨어 있는 상태다. 실제 대부분의 꿈은 렘수면 단계에서 꾼다. 뇌는 꿈을 현실로 인식하는 반면 근육은 마비돼 움직이지 않는다. 렘수면 시간이 적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불안감,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드'가 고장 난 듯 근육 운동이 억제되지 않은 채 꿈속 행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질환이다.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한 셈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또 남성일수록 흔하다.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해 '노인성 잠꼬대'라고도 불린다.

수면 전반기인 '비렘수면 기간'에 꿈과 상관없는 단순 행동을 하는 몽유병(수면보행증)과는 차이가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누군가와 대결하거나, 공격을 받고 쫓기는 폭력적인 내용의 꿈을 꾸며 이를 행동화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소리를 지른다거나 팔, 다리를 휘둘러 본인이나 같이 잠을 자던 옆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수면 관련 외상은 멍, 찰과상에서부터 드물게 골절, 뇌출혈까지 보고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 기전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지만 렘수면 중 몸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뇌간의 운동마비 조절 문제가 거론된다. 뇌신경들이 시간 지남에 따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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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거나 움직이는 잠꼬대 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라면 치매 발병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꿈꿀 때 말하거나 팔다리까지 움직인다면 몸을 잡아주는 뇌의 기능이 약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고된 유병률은 2.01%로 최근에는 50~80세 한국인 10명 중 1명(15.9%)이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렘수면 무긴장 소실이나 꿈-행동화 중 하나가 나타나는 경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병력 청취를 진행한 뒤 필요하면 수면 다원화 검사를 한다. 수면 중 뇌파, 근육 상태, 호흡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다원화 검사 결과 근전도에서 렘수면 시 근 긴장도 증가가 관찰되고 비정상적인 렘수면 이상행동이 확인된다.

아직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완치 치료제는 없다. 증상 경과에 따라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는 유지 치료가 주를 이룬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다면 치료를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세란병원의 김진희 신경과 과장(신경과 전문의)은 "또 다른 치매, 파킨슨병 초기 증상으로 후각 기능 감퇴가 있다.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기능 감퇴가 같이 나타난다면 수면 검사를 포함해 진료를 조속히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호경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를 겪게 되면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수면의 질이 낮고 우울감이 심할 수 있다"며 "본인뿐만 아니라 동침하는 주변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