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예능 한 편당 음주 장면 5.6회…"술방 무분별 노출"
인터넷·OTT, 관련 규제 전혀 없어…“사회적 책임 강화 필요”
음주운전 경각심 높아졌지만, 음주 관대함 여전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유튜브 등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등장해 우리 사회가 음주에 여전히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규제도 전혀 없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건전한 음주문화 형성을 연구하는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에 따르면 학회는 지난 6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음주폐해예방을 위한 사회적 활동 동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경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팀장은 "유튜브, OTT 술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류 광고는 넘쳐나는 데다 연예인의 폭음 및 폭탄주 제조는 물론, 장시간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여과 없이 송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발원이 최근 5년간 TV 시청률 상위 총 556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488개(88%)에서 음주 장면이 등장했다. 예능 한 편당 음주 장면 송출 횟수가 2019년 0.3회에 그쳤지만 지난해 1.1회로 증가했다. 특히 OTT 예능은 2021년 5.6회에 달하는 등 TV보다도 훨씬 잦았다.
유튜브에서의 음주 장면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해 유튜브에서는 '술방', '음주방송'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조회되는 조회수 상위 100개의 콘텐츠 모두에서 '문제 음주장면'이 묘사됐으며, 모든 콘텐츠가 연령 제한 설정이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음주장면’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 음주 중 부정적 행동 장면과 대사, 음주 중 해로운 행동 장면과 대사, 미성년자 음주조장 장면과 대사, 상업적 이용 장면과 대사 중 하나의 항목이라도 해당하는 음주 장면을 말한다.
방송법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제45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인터넷과 OTT 등엔 관련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음주 장면 등에 대한 규정이 부재하며 OTT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심의 없이 자체적으로 연령 등급을 설정할 수 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음주 장면 관련 자율 규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은 '아동 청소년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미성년자의 음주는 불가능하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박경아 팀장은 "성인의 과도한 음주 장면에 대한 규제는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자율 준칙 규정이 존재한다. 다만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상 극적인 상황이나 비윤리적 소재가 다뤄질 수 있는 만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문제음주장면 심의 조치를 잘 취하지 않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개발원은 미디어가 음주 장면 송출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를 관계 당국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미디어 제작자를 상대로 음주 폐해의 심각성, 음주 장면이 아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등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영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토론문을 통해 "흡연은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항의와 법적 근거가 이뤄지고 있다. 음주 장면에 대한 처분이 어렵다는 점은 음주와 흡연의 사회적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술방 콘텐츠는 음주를 지속적으로 미화해 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음주 자체에 대한 관대함은 여전하다"며 "특히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음주 장면 노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음주 장면 노출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포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중 홍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연말·연초는 모임이 잦고, 청소년이 성인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으로, 이 시기를 계기로 음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형성해야 한다"며 "음주의 위험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한 음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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