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성난 의료계, '尹 탄핵' 목소리 키운다
"답은 모집정지"…"대통령 하야, 의료개혁 중단" 거론
의협 비대위 오늘 정기회의..."해야 할 일 많아질 것"
- 강승지 기자,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조유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 의결로 6시간여 만에 종식됐지만, 의료계는 계엄 포고령에 적시된 '전공의 복귀'를 두고 밤새 술렁였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지에 이어 대통령 하야, 탄핵 같은 강경한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3일) 밤 10시 23분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계엄사령부 1호 포고령이 발표됐다. 총 6개항으로 구성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2월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에 반발해 각자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6월부터 병원들의 사직서 수리로 이미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또한 사직 전공의 절반 이상이 다른 의료기관에 일반의사로 취업해 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의 추가 설명도 없어 의료계 내 혼란이 빚어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포고령에 언급된 파업 중인 의료인과 관련, 현재로선 사직 전공의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령부에 밝힌다.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은 각자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계엄사령부에 말한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 비상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가해 국민을 치료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적었다.
비상계엄령은 해제로 일단락됐지만 '한밤의 해프닝'으로 넘기기보다 정치적 사회적 후폭풍은 상당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물리적인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에도 '의대 모집정지'를 요구하던 의료계는 더 거센 요구를 내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와 사회적 대화로 의정갈등을 해결하려던 '온건파' 의사들도 강경한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 토론회를 여는 등 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온건파'로 거론됐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들은 소위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어불성설의 계엄 선포 같은 일을 10개월째 당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의료개혁, 지금 당장 멈추고 새출발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어린 학생들, 미래 의료의 주역인 젊은 의사들이 더 이상 다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장 후보이자, 초강경파로 구분되는 주수호 전 의협 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고 싶은데 차마 혼자 울지는 못해서 뺨 때려달라고 애걸복걸한 꼴이다.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며 "그럼에도 작금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적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날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오늘 이후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내란의 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의협 비대위가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 의료계 단일 창구로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낼 전망이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정기회의를 진행하는데 이번 비상계엄령 추진에 따른 향후 대응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의협 비대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비상계엄령 이슈로) 비대위 입장이 크게 바뀔 거 같다. 전향적으로 협상을 시작해야 하나, 협상의 주체가 바뀌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니다"라며 "비대위 차원의 일이 많아지겠다. 전공의 모집, 입시 등 상황을 고려해 (투쟁이든 협상이든) 정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4일 오전 9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취약계층 보호와 필수 의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직원분들은 동요하지 말고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