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정부 지원 '0원'…"'국립'이란 말이 무색해"
병상가동률 '뚝'…의사 데려오기도 힘들어
현장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보장해달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이 장기화로 치달으면서 국립암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립병원의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의정갈등에 따른 병원 경영난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이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치우치면서 2차 국립병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3일 뉴스1에 "센터의 올해 의료 질 평가 결과 전문 질환 질병군(중증 환자) 비율이 55%로 상급종합병원 대상 의료 질 평가 만점(50% 이상) 수준이다. 그러나 2차 병원이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잘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등의 중증 진료를 돕겠다며 3년간 9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립암센터는 '2차 병원'이라는 이유로 시범 사업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특수 전문 진료병원'으로서 우리의 상급종합병원 수준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국내 국립암센터는 최근 의료공백으로 정부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사후보상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돼 2개월간 금전만 받았다.
현재 의료공백 상황에 투입할 의사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인건비를 일정 한도 내에서 채용 규모와 무관하게 지급됐다. 전문의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센터로선 사태 장기화까지 감안했을 때 재정 부담이 큰 실정이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환자 진료를 위해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다. 우수 인력 유치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센터는 기존 진료역량이 한계에 이르자 기존 환자 진료를 위해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센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대비 지난 2~9월 입원환자 수는 12.3%, 병상 가동률은 9.5%p(포인트), 수술 건수는 19.5% 감소했다.
'국가중앙병원'으로 꼽히는 국립중앙의료원 사정도 좋지 않다. 국회 복지위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 2017~2019년 70.6%였던 평균 병상 가동률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8%로 떨어졌다.
올해도 8월까지 40%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세입예산 대비 손실 규모는 총 1341억 8700만 원에 달했다. 올해도 4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이 추정되는 가운데, 의료원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복지위 의원실은 "전공의 이탈 등 이번 의료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국립암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문의가 대폭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관심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꾼다는 청사진을 세웠다면 상급종합병원만큼의 역할을 하는 병원에도 같은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국립대 병원을 교육부 소관에서 복지부 소관으로 옮기기 전 국공립병원 지원이 확실히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감염병, 암 등 특화 기능과 국가 필수의료 정책 총괄 등 정책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지방의료원 등 2차 공공병원의 거버넌스 지원책을 앞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수행 기능, 진료 역량 등에 따라 유형별 성장 목표와 전략을 설정해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과 더불어 2차급 종합병원 육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방안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 등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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