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vs "청소년에 무방비"…'주류 통신판매 허용' 갑론을박

공정위 부위원장 "시장 급변…혁신 위해 규제 완화 논할 때"
보건협 "1군 발암물질…청소년 접근 쉬워 주류 소비 유발"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다. 2024.8.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주류 온라인 판매, 배송 허용 문제를 한층 활발히 논의할 때라는 제언이 나왔다. 국민 건강과 산업화 등 다양한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시대 흐름 앞에 차일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한국공정거래조정원·한국규제학회는 지난달 29일 '주류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 등 규제개혁 이론적 실제적 관점'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1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 분야 성과 및 향후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1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조 부위원장은 "주류 소비 중심이 유흥용에서 가정용으로 전환되고 해외 주류 직구 규모가 증가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높은 수준의 규제는 기업 간 경쟁을 제한하고, 제품의 다양성 및 품질 개선을 위한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또 "국내 주류의 통신판매 금지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만 심화시키고 있다. 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혁신 활동을 통한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신판매 규제 완화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을 통한 주류 판매는 국세청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에 따라 전통주를 제외하고 모두 금지돼 있다. 예외로 음식을 배달 주문할 때 주류 금액이 음식 주문 금액의 50% 이하일 경우에 한해 주류 판매가 허용된다.

업계에서는 통신판매 허용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폴란드 2개국만 금지하고 있으며 해외 직구 규모는 2018년 26억 원에서 지난해 394억 원으로 5년 새 1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근거도 거론된다.

그러나 통신판매 범위를 넓히면 미성년자의 주류 구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해외 직구로 미성년자가 구입해도 통관 단계에서 거르기 힘들뿐더러 기존 배달 주문의 경우에도 본인 확인 절차가 미비하다는 문제가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보건협회와 '음주의 해로움을 우려하는 연구자 모임'은 지난 8월 입장문을 내고 주류 통신판매 허용에 대해 "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이며, 국내 알코올 질환 사망률과 사망자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통신판매 허용은 청소년들의 접근 경로를 다양화하고 확장해 주류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소매점은 물론 일반음식점, 주점을 통해 주류 구매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알코올에 대한 물리적 제한 정책이 없는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민건강증진계획'을 세워 추진 중인데 성인 고위험 음주율, 소득 분위별 고위험 음주율 격차는 악화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차 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은 뉴스1에 "우리나라는 주류 소비 및 판매 규제가 약하지만, 접근성은 높다. 규제 필요성을 감안해 주류 통신판매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구매 전 단계에 본인 인증을 할 방법이 많아졌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오히려 대면보다 철저하게 본인확인이 이뤄질 수 있으며, 앞으로 영영 규제 개선 필요성 자체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논쟁거리를 마냥 미룰 수만 없다. 소비자 편익과 주류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공론화할 때"라며 "통신판매로 주류 소비량이 얼마나 늘어날지, 폐해는 어떨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전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 차원에서 당장 규제개혁 과제로 추진할 계획은 아니지만 관계 부처와 산업계, 보건학계가 사회적 효용과 필요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발전적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 부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