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대기? 협박이냐"…전공의들, 병무청 군입대 시기 조사에 발끈

조사 내용 중 '입영 지연 동의 요구' 항목 논란
병무청 해명에도 오늘 조사 마무리 계획 차질

22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11.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방부와 병무청이 군대를 가야 하는 사직 전공의들의 입영 희망 시기와 의향에 대한 조사에 전공의들 사이에서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29일 병무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병무청은 지난 18일부터 '의무사관후보생 입영 의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목적은 수련병원을 떠난 의무사관후보생 3000여명을 상대로 입영 희망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해당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조사에 응해야 한다.

조사 항목을 보면 구체적으로 입대 시기를 △2025년 △2026년 △2027년 이후 중에서 고르라고 묻고 있다. 또 '실제 입영까지 1년에서 4년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본인은 이를 안내받았음에 동의해달라'는 내용도 있다.

전공의는 수련 도중이나 수련 후에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대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현역 입영은 할 수 없다. 국방부는 매년 2월 말 이들 중 역종 분류를 거쳐 당해연도 입영할 사람을 선발한다.

이번에 수련병원을 떠난 의무사관후보생 3480명이 한꺼번에 군의관 입대를 선택할 경우, 평년 입영 대상자와 통상적인 군 수요 1000명 수준을 크게 웃돈다. 병무청도 이 점을 고려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입영까지 4년 기다릴 수 있음을 동의해달라'는 조사항목을 거론하며 이 조사가 행정적 부담을 피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지적한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내년에 군대 갈 생각은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조사에 응해달라는 연락이 계속 오는데 답하지 않겠다"며 "입영이 무한정 미뤄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입영이 4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암묵적인 협박으로 들린다. 최장 2~3년에 걸쳐 입영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입영을 희망하면 제때 가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응답률이 저조하면 병무청은 수급 계획을 세우는 데 차질을 빚고, 사직 전공의는 입대에 대한 본인 의사를 밝힐 시기를 놓치게 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사직 전공의들이 조사에 참여해주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입영 4년 대기 동의' 문제에 대해 "동의를 받으려는 취지가 아니라 단순 안내다. 다른 의도는 없다"며 "조사 참여율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지는 추후 판단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어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은 항상 한정돼 있다. 의무사관후보생들을 쪼개고 분산시켜 입영을 유도해야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 4년까지 늘어지지 않게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