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비대면처방 한달새 '반토막'…오남용 기우였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출시 초반 과열 양상에 오남용까지 우려됐던 비만 약 '위고비'에 대한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위고비 오남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무분별한 처방이 사라졌을 거란 관측이다.

28일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 중인 업체 메라키플레이스에 따르면 나만의닥터를 통한 위고비 처방 건수는 출시 직후인 10월 넷째 주(21~28일)와 비교해 11월 둘째 주(4~10일) 55% 감소했다.

이 기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통한 위고비 처방도 53% 줄었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최근 이용자의 위고비 처방 요청 10건 중 4건가량이 의료진 진료 과정에서 기준 미달 등 이유로 처방이 거절됐다.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는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 가입자 수 1, 2위로 꼽히는 플랫폼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인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는 "출시 초반에 비해 의료진이 처방을 신경 쓰는 거 같다. 업체로서 보기에 오남용 사례는 전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약이다. 주 1회, 1개월씩 주사로 포만감은 높이고 식욕은 억제할 수 있어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1회 0.25㎎으로 시작해 16주가 지난 뒤 주 1회 2.4㎎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한다. 권장되는 단계적 증량 용량은 △1~4주차 0.25㎎ △5~8주차 0.5㎎ △9~12주차 1.0㎎ △13~16주차 1.7㎎ △유지용량 2.4㎎이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을 보유한 과체중 환자에게 쓰이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플랫폼들은 진료 전 이용자가 BMI를 입력할 수 있게 기능도 보완했다.

선재원 대표는 "나만의닥터로 진료를 받은 환자 평균 BMI가 30.5로 허가범위 이내며 평균 나이는 38.2세"라며 "진료 전 반드시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도록 해 오남용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고비가 출시된 뒤 비대면 진료를 통해 '마른 여성'임에도 무분별하게 처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일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플루언서와 환자들의 이용 사실이 밝혀졌고, 일부 병의원에서는 키와 몸무게도 묻지 않고 금세 처방해 준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처방과 조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오남용은 진료 방식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처방과 복약 지도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협의회는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한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등록 강화 등의 여러 사회적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기술적 지원을 통해 의·약사의 준법과 의약품 오남용 예방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약 출시와 함께 제기된 각종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국민의 의료접근성과 안전성을 제고하겠다"며 "의료기관과 약국에 처방 및 조제 과정에서 관계 법령, 식약처 허가 사항 등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안내하겠다"고 첨언했다.

한편, 위고비는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또 탈수로 인한 신장기능 악화, 급성췌장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저혈당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질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온라인에서 위고비를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광고한 게시글 57건을 적발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접속 차단 등을 요청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