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이사장 "건보재정 안정적…비급여 관리 강화하겠다"

정기석 "필수의료 제대로 보상하려면 수가 대대적 개혁 필요"
"비만 기준 BMI 27 이상 올려야 마땅…빅데이터 연구 결과 팩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2년 연속 건강보험료 동결과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 운용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에 대해 "지출이 많지 않아 큰 문제없다. 몇 년 뒤 '전 이사장이 파탄 냈다'는 소리 안 듣게끔 잘 아껴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진행된 건보공단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평생 의료계에 몸담았다. (국민의) 과다한 의료 소비는 줄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국민의 2차 병원 이용은 늘었으나 상급종합병원 방문이 크게 줄어 건보 지출은 상쇄됐다. 예전보다는 재정 상황이 안정적"이라며 "건보 적립금을 (적절히) 투자해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자랑스럽게,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수가가 문제다. (필수의료 분야)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 데는 '상대가치'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의 조정이 필요했다. 대대적인 개혁이 있지 않는 한 상당히 곤란할 수 있다.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건보 비급여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병·의원급 행위를 정리해 국민 건강관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했다. 건보 급여·비급여 혼합진료를 일부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혼합진료의 급여 금지는 우리의 오래된 바람"이라고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27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공단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전 국민 빅데이터를 보유한 국가가 거의 없다. 객관적 근거에 기반했다. 향후 외국 학술지에 게재하며 많은 이의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공단의 건강보험연구원은 국내 상황에 맞게 한국인의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낸 바 있다. 지난 2002∼2003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연구 결과가 더 축적되기 전에 기준을 상향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그는 "BMI 27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장기간 우리 국민을 보고 연구한 결과로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 개설자 등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공단 소속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의료인 아닌 사람이, 약사 아닌 사람이 운영하는 건 발본색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에 의료기관을 365회 이상 방문하는 이들의 본인부담률을 상향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365회 초과하는 경우 90% 부담하게 돼 있다. 매일 방문은 사실 의료 이용보다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꾸준히 검토해 좋은 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단이 폐암 등의 흡연자 진료비를 부담하라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담배 소송'과 관련해선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강조하더라도, 흡연은 폐암의 위험 요인"이라고 거론했다.

이어 "회사들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 내년 1월에 있을 재판에 참석하겠다. 위험 공지를 하지 않고 회사들이 담배를 판 건 문제"라며 "그간 많은 이가 무분별, 무차별적으로 담배에 노출돼 국민 건강을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