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역의대 신설 공언'에 의료계 부글…"이러면서 대화?"

'경북 국립의대 유치' 공언…의료계 "경북대병원 지원부터"
"증원도 모자라 부실의대 만들어?"…의정갈등 새 변수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상북도 국립의과대학 신설 촉구 국회 토론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경상북도 국립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 각지의 의과대학 신설 요구가 정치권 지지를 등에 업고 탄력을 받으면서 가뜩이나 의대증원 문제로 꼬여 있는 의정갈등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상북도 국립의대 신설'을 약속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의료계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정갈등 해결 방안을 고민하겠다던 한동훈 대표가 또 다른 자리에서 '의대 신설'을 거론하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의료계 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강한 협의체에 대한 무용론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김형동·강명구 의원과 경상북도가 의원회관에서 연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토론회'에 참석해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의 신설을 우리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결국 다 잘살자는 건데 (경북에) 제대로 된 상급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이 현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자"며 "우선순위에 두고 김형동·강명구 의원,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와 의대 신설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도지사도 이 자리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경북에 의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경북 안동·예천이 지역구인 김형동 의원은 '경상북도 국립대학교 내 의과대학 설치 및 지역의료 강화 특별법'을 발의하며 국립안동대 의대 유치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의대 설립에 대한 의료계 반발은 기존 의대를 통한 증원보다도 더 격렬하다. 의학교육 질 저하에 부실 의대를 양성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료 현안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한 대표의 행보를 봤을 때 한 대표 주도로 구성된 여야의정 협의체는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차 회의까지 진행된 협의체는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정원 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한 대표의 의대 신설 약속은 더 이상 대화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던 배장환 전 교수. ⓒ News1 박건영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이자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교정을 떠난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의학회 이사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께서는 이래도 정부에 부역하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남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배 전 교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1년 가까이 찬 바람 부는 벌판에 서서 한국의료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의대 교수로서 한국의 선배 된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정녕 한국 의료계의 적으로 남고 싶은가"라고 적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대표로부터 의료계는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정부 입장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한 대표에게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역시 "경북에 국립의대를 신설하자는 요구 자체가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빅5 병원 환자 상당수가 지방에서 오고 있다. 기존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지, 의대 신설은 다음 문제"라며 "경북대병원과 경북 지역 병원 간 교류를 늘리면 될 일을 자극적인 약속만 내건 한 대표가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22대 국회는 총 9개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론 전남이 꼽힌다. 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전남 소재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는 2026학년도까지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설립의 조속한 추진 등을 목표로 통합에 합의했다. 양 대학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도민의 시민의식과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소개했다.

양 대학은 12월까지 교육부에 대학통합 신청서를 제출하고 의대 정원 배정도 신청한다는 목표다. 의대 신설이 이뤄지면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목포와 순천에 대학병원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