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추위에 갑작스러운 흉통…10분 넘기면 적색경보

심근경색, 10년 새 54.5%↑…치료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각
손상된 심근 회복 어려워, 급격한 기온 변화에 혈관 악영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추위가 찾아온 요즘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심근경색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는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기온이 내려갈 때마다 혈압이 상승해 심혈관계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산소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 공급이 되지 않는 심장병이다. 마치 차량의 연료관이 막혀 엔진이 멈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혈액 공급이 차단되거나 충분하지 못해 심장근육의 괴사가 오는 과정에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즉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심근경색 발생 건수는 2011년 2만 2398건에서 2021년 3만 4162건으로 10년 새 54.5%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2011년 1만 5281건에서 2만 5441건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7117명에서 9171건으로 약 1.3배 늘었다.

심근경색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자의 26.7%는 65세 이상이었다. 남성은 장년층(50~60대)에서, 여성은 고령층(70~80대)에서 심근경색증 환자 비중이 높은 게 치명률 격차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약 1.3㎜Hg, 이완기 혈압은 0.6㎜Hg 올라간다. 추위로 혈관이 수축하며 혈압이 상승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모두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차이가 있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운동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통증이 일어나는 상태다.

반면 심근경색은 혈관이 막혀 혈액 흐름이 차단되고, 이로 인한 통증과 함께 심장 근육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특히 평소 별다른 협심증 증상이 없던 사람도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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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흉통)이다. 만약 이 통증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조성욱 분당제생병원 심장혈관센터장(순환기내과 전문의)은 "혈관 협착의 정도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지 않을 때는 증상이 없지만, 혈전이 생기거나 혈관이 수축하면서 막히게 되면 심한 혈액순환 장애로 흉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증이 없는 것을 '0점', 죽을 것 같이 심한 통증이 '100점'이라고 할 때 통증의 강도가 70점 이상이거나 통증의 시간이 30분이 넘는다면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기저질환을 가졌다면 가슴 통증 외에도 두통,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이동하는 게 중요하다. 늦어질수록 심장 근육 손상이 심각해져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찬준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동맥경화 유발 요인들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주요 원인을 조절하고 금연, 절주, 저염식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평소 혈관을 막히게 하는 요인을 일상생활에서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겨울철에는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따뜻한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실내외 온도 차가 심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김찬준 교수는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119에 신고하여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심장 근육이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생명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