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배정 '수도권 5.5, 비수도권 5'…"이런다고 복귀? 회의적"
수도권 정원 줄이지 않고 올해 수준 유지…전공의 복귀 늘까
"수도권 일부 인기학과 외 전멸할 것"…박단 "내년이 진짜 파국"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 배정 비율을 '5.5 대 5'로 정해 전공의들의 복귀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의대증원에 대한 정부 태도에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전공의들이 복귀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제도 등을 심의하는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회의를 열어, 내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확정할 예정이다.
배정 비율이 확정되면 수련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1년 차, 그리고 레지던트 상급 연차를 각각 모집하는 '2025학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행 계획'이 공개된다. 이 계획은 매년 11월 셋째주 쯤 공개됐고 12월 초부터 원서 교부 및 접수순으로 이뤄졌다.
복지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배정 비율을 지난해 6대 4, 올해 5.5대 4.5로 정한 데 이어서 내년에는 5대 5로 조정할 계획이었다. 점차 비수도권 배정 몫을 늘렸는데,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2월 2000명 의대증원 발표 등을 접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떠난 상황들을 감안해 수도권 정원을 줄이지 않고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복귀를 최대한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정원도 예년에 비해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련환경평가위 소속 한 위원은 "기본 정원 외로 책정되는 '정책적 별도 정원'을 감안했을 때 수도권 5.5대 비수도권 5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 거의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원 이상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지원해, 별도 정원으로 선발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 9월부터 수련할 전공의 '가을 턴' 모집 때 사직 전공의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했었다. 전공의는 사직 후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에 복귀가 불가능한데 예외적으로 9월 복귀 전공의의 수련을 허용한 것이다.
또한 복귀 전공의들의 수련 공백 3개월을 면제해 상급 연차 진급과 전문의 자격 취득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복지부는 내년 3월에도 이런 특례를 적용할지 묻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 서면질의에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전체(1만 3531명)의 8.7%(1174명) 수준이다. 앞으로 전공의들이 얼마나 지원할지, 특히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지 그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지난 19일 연세의료원 기자간담회 도중 내년도 전공의 지원율에 대해 "어느 정도 돌아올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며 "전공의 중 다른 일을 하거나 군대에 가는 인원도 상당수 있다. 여러 변수가 있다"고 털어놨다.
내년도 의대증원과 관련해, 사직 전공의들은 진행 중인 입시의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를 고민하더라도 수도권 대형 병원 인기과에만 국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 전공의들은 내년 3월에 입대해야 한다. 그들이 떠난 자리,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을 두고서는 저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은 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이 진짜 파국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학병원에서 일을 할 의지가 사라질 것 같다"며 "대한민국 의료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필수진료과 학회의 수련이사는 "내년도 전공의 정원이 3200명쯤 되겠는데, 실제 지원은 1000명도 안 돼 보인다. 수도권의 인기 일부과에 드문드문 지원하고 비수도권 비인기과는 전멸할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몇 명이 어떻게 지원할지 결과를 봐야겠지만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도 의료계도 굉장히 난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의료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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