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과 먼저, 입장 바뀌어야"…의협 비대위, 출범 첫날 선전포고
의협 비대위원장 "협의체 참여 회의적"…박단 "청년 목소리 외면"
- 김규빈 기자, 조유리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강승지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약 9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여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첫 발을 내딛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출범 일성으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의협과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15명으로 구성되는 비대위의 면면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 합류가 눈에 띈다. 또한 박단 위원장을 포함한 전공의 3명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측 대표 3명 등 6명이 포함되면서 이번 비대위가 전공의·의대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지금 (여야의정협의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굉장히 회의적이다"며 "다른 비대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가 구성됐고 비대위원들과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의대생 등은 여전히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의 요구안 중 핵심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인데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는데 비대위 역시 같은 생각인지' 등을 묻는 질의에 "그것 역시 비대위원들이 모여서 결정해야할 문제"라며 "(하지만) 이미 상당히 늦었다. 합의를 하든 협의를 하든 이 문제는 10년 이상 지속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전공의, 의대생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박 비대위원장도 '협상'보다는 '대정부 투쟁'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 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해 주시고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 주신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농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전공의 대표도 협의체 참여에 반발이 큰 상황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린 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진정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협의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9월8일 한지아 수석 대변인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9월10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 하나 남긴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달간 여야의정협의체와 관련 국민의힘 측 연락은 일절 없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열린 여야의정협의체 2차 회의에서도 의료계와 정부, 여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의료계 측 참석자로는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석했다. 의료계는 협의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선발인원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확정된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개정 등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의료계는 2026학년도 증원을 유보하고 2027년부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원회)에서 증원 여부를 논의하자고 했으나, 정부는 추계위원회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합의하자고 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협의체 후 브리핑에서 "2025년도 증원 문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의료계도 2025년 증원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인정하나, (제시한 부분을) 인정해야만 돌아올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