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심의위' 신설…필수의료, 중과실 중심 기소 추진
단순 과실인 경우 수사 최소화…사고 경위 투명히 공개
2차 병원·전문병원 기능별 재분류…보상 체계 강화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정부가 진료 사법리스크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중과실 중심 기소 체계를 마련한다.
정부는 전날(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2차 의료 육성 및 1차 의료 강화 검토 방향과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의료개혁특위는 지역‧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적 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로서 특위와 산하 4개 전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분야별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역량 있는 의료인력 확충,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필수의료 공정 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이다.
특히 이번 제7차 회의에서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소모적인 수사 소환을 줄이고 전문적인 수사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의료사고 사건 수사 및 절차 개선 방침'을 확대·발전시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법조계 등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이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수사와 기소가 중대한 과실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순 과실이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불필요한 수사와 조사는 최소화하고 배상과 보상을 신속히 해 장기간 수사·조사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들이 겪는 고통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필수의료 기피 해소를 위해 수사와 기소가 필요한 중과실 중심으로 기소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필수의료행위 위험성과 공익성을 고려해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과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상당히 입증된 경우에만 기소하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다만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의 전제로 의료사고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자의 실효적 권리구제를 보장하는 법적 요건 부과가 필요하다는 데 위원들 간 의견이 모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환자의 실질적 피해회복을 보장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발표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 포함된 '의료사고 소통 활성화' 및 '의료분쟁조정제도 혁신 방안'을 보다 깊이 있게 다뤘다.
구체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료사고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환자를 조력할 '환자 대변인제'를 신설했다. 또 의료감정 절차를 개선하는 등 '의료분쟁조정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입법하기로 했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현행 분만 사고에 한정된 보상을 중증 소아, 중증 응급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지난 10월 입법예고 한 불가항력 사고의 보상한도는 3000만 원에서 3억 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날 논의 결과는 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구체화하고 중대한 과실 중심 기소 체계 전환을 위한 법제화 방안 등을 연내 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2차 병원의 역할 재정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1700여개 2차 병원을 기능별로 분류하고 의료 질 평가, 종별 가산제도 등을 개선해 우수한 2차 병원이 불리한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개편하기로 논의했다.
특위는 또 2차 병원과 더불어 특화·전문병원 육성을 위한 대책을 검토했다. 검도질환 및 진료과목으로 분류하고 있는 기존 뇌혈관, 아동 등 전문병원 유형을 목적·기능에 따라 재분류해 성과와 보상을 강화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현행 전문병원 지원금에 더해 전문병원 질 지원금을 1개소당 약 4억 수준으로 성과에 따라 지급한다.
의료전달체계에서 미흡한 부분인 아급성 병원 육성 필요성에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지정·운영 중인 재활병원에서 더 나아가 중증 수술 이후 회복기 과정의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아급성 기능에 대한 성과 지원 강화 등 육성 방안에 대해 향후 특위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환자 증가에 대비해 통합적·지속적 1차 의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혁신 시범사업도 검토했다. 묶음 수가, 건강개선, 환자 만족도 등에 따라 성과 보상 등 지불체계를 도입하고 이들 병원이 지역 2차 병원, 지역의사회 등과 연계협력을 해나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의료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는 혁신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 중점 목표에 따라 지역문제 해결형, 지역완결 의료기관 연계협력형을 선택하고 이에 적합한 성과평가를 통해 각 지역의 의료 문제에 적합한 의료역량을 육성한다.
해당 시범사업은 3년 동안 3~4개 권역 대상, 500억원 규모로 우선 실시하고 향후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12월 예정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비급여·실손 개선방안 등 개혁과제별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노연홍 위원장은 "신속하고 충분한 피해자 권리구제를 전제로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이 수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고, 처벌이 필요한 사고는 엄정하게 처벌하되 과실이 크지 않는 사고에 대해서는 민사적으로 해결되도록 새로운 형사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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