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췌장염·소장절제·사망까지…꿈의 비만약? 부작용 잇따라
의료계 "전 세계에서 부작용 속출…수술 일주일 전부터 복용 중단"
대한당뇨병협회 "의사와 상담 후 처방받아야…이상 증세시 바로 중단"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GLP-1RA) 계열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응급실에 입원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학계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GLP-1RA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이 체중 감량 비결로 꼽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오젬픽' 등 비만치료제를 일컫는다. GLP-1 유사체는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추고, 이 때문에 포만감이 증가하고 식사량이 감소해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종 학회에서도 소화 지연으로 인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마취과학회(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는 지난 6월 성명서를 통해 "GLP-1RA를 사용한 후 처음 3~5개월 동안은 위 배출이 지연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으며, 수술 전날 단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당일에 음식물이 위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수술 당일 마취를 했음에도 음식물이 역류하거나 폐 흡인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분 마취 수술을 받더라도 수술 당일에는 GLP-1RA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전신 수술 7일 전에는 위고비, 오젬픽과 같은 제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다 사망한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체블리 다거 미국 코니티컷대학교 내과 교수팀은 70대 미국 남성 A씨가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복통을 호소했고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그는 약 4년간 세마글루타이드를 0.25㎎ 사용했는데, 입원 4주 전에는 0.5㎎으로 늘렸다.
임신한 사실을 모른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해 입 등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도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임상 내분비학 및 신진대사 저널 사례 보고 학회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case report) 9월호에 따르면 이제마 글로리아 오케케 저지 쇼어 대학교 메디컬 센터 의학과 교수팀은 34세 여성 B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B씨는 세마글루타이드 2㎎을 자가 주사하던 지 6일째 극심한 메스꺼움, 복부경련, 식욕부진, 하루 10회 이상의 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B씨는 입원 후에야 자신이 임신 7주 4일째라는 사실을 알게됐고,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한 후에야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일본 수미토모 병원 이토 요시토 내분비대사과 교수팀에 따르면 30세 일본 여성 C씨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하루 3㎎ 복용하기 시작했고, 1년 만에 14㎎으로 증량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고, 곧 주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하기 시작했고 1.5개월 만에 최대치인 1.5㎎으로 용량을 늘리고 이후 6개월 간 이 용량을 주사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C씨는 다량의 술과 함께 다시마와 가리비를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었고, 반나절 후 복통을 호소했다. C씨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CT(컴퓨터단층촬영) 결과 소장폐색을 진단받았다. 결국 그는 복강경수술을 통해 소장 8㎝를 절제한 후 12일만에 퇴원했다.
의료진은 GLP-1RA를 처방할 때 음식을 철저히 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GLP-1RA의 사용은 씹고 삼키는 데 문제가 있거나 이전에 수술, 동반질환으로 연동 운동이 손상된 노인 환자에게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신경과학 혁신 학회지'(Innovations In Clinical Neuroscience) 6월 호에 따르면 센틸 벨 라잔 라자람 앨라배마 대학교 버밍엄 대학교 교수팀에 따르면 54세 여성 D씨는 세마글루타이드로 4주간 0.5㎎ 치료를 받은 후 평소보다 더 우울하고, 짜증이 많이 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D씨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를 중단하고 다른 약물을 투여하자 증상이 바로 호전됐다"며 "세마글루타이드는 우울증상을 촉진하는지 악화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위고비 홈페이지에서도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위고비는 "위고비를 복용하는 동안 져혈당의 위험이 증가하며, 인슐린이나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당뇨병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현기증, 시야흐림, 불안, 과민성, 기분 변화, 혼란, 쇠약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입술, 혀, 목 등의 부종 등을 포함한 알레르기 반응, 피로, 속 쓰림, 인후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고비의 부작용에 대한 각계 각국의 보고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내 학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비만 치료는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소가 아닌, 동반된 대사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들은 반드시 관련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를 거친 후 처방돼야 하며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대사질환 상태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약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반드시 의료진에 의한 효과 및 부작용을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만 치료의 올바른 접근법과 약제의 적절한 사용법을 대중에게 교육하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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