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단계 1400만 시대…연속혈당측정기 '4파전' 치열

애보트·덱스콤·메드트로닉 맞서 국산 '케어센스 에어' 도전장
"건보급여 적용 대상 확대되길"…미국선 1년 지속형 기기 등장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의 센서를 팔에 부착한 후 스마트폰을 접촉해 혈당을 측정하는 모습(대웅제약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533만명, 당뇨병 전단계 인구가 1400만명으로 집계될 만큼 혈당 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혈당을 더욱 편리하게 관리할 기기에 대한 업계의 개발 열기도 뜨겁다.

우선 손가락 채혈의 불편함 없이 몸에 센서를 부착해 스마트폰 앱으로 혈당을 실시간 알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는 4개 CGM 브랜드가 각각 2~3개사 협업 하에 경쟁하는 상황이다.

1일 의료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M은 연속혈당측정 센서, 트랜스미터와 스마트폰 앱으로 구성돼 혈당 변화 패턴의 관찰을 돕는 의료기기다. 단순히 혈당 수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혈당 변화 추이를 연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 추이를 접한 환자는 즉각 인슐린 투여나 당뇨병 치료제 복용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CGM은 수면 중 급속 저혈당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격으로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알림도 보낼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 '덱스콤 G7' ,'바로잰Fit' (대웅제약, 휴온스, 한독 각사 제공)

시장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 조사 결과, 글로벌 CGM 시장 규모는 올해 82억1000만달러(약 10조9020억원)에서 매년 연평균 10.52%씩 성장해 2029년 135억40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CGM 센서·트랜스미터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기계로 묶여 있다. 피부 아래 가는 바늘로 부착해 세포 간질액에서 포도당 농도를 측정, 수신기나 스마트폰 앱으로 혈당을 볼 수 있다. 한 번 부착하면 7~14일간 작동한다.

그동안 덱스콤, 애보트, 메드트로닉 3개 기업이 세계 시장을 차지해 왔다. 국내에서는 덱스콤의 'G7'을 휴온스와 카카오헬스케어가,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대웅제약이 판매 중이다. 메드트로닉의 '가디언4'는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수입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벤처기업 아이센스가 국내 최초로 국산 CGM '케어센스 에어'를 출시했다. 지난 4월 아이센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한 한독은 '바로잰Fit'라는 브랜드로 5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자사 스마트기기에 혈당 관리 기능을 담기 위해 CGM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 22일부터 바로잰Fit와 삼성전자의 헬스 플랫폼 '삼성 헬스 앱'이 연동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애보트, 덱스콤과 손을 잡고 애플 헬스 앱에 '프리스타일 리브레', '덱스콤 G7' 등의 연동을 각각 가능하게 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혈당 관리 앱 '파스타'는 케어센스 에어와 덱스콤 G7과 연동되고 있다. 파스타 앱은 구글과 애플 헬스 앱과도 연동돼 있다.

업체들의 시도는 앱 연동을 넘어 자사 스마트 워치, 반지 등의 기기에 결합을 추진한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CGM은 의료기기여서,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과 인허가 등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관련 기업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국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2형 당뇨 환자가 포함되면 시장은 더 커진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는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되지 않아 인슐린 투여가 꼭 필요한 1형 당뇨 환자, 혈당 조절이 어려워 인슐린을 반드시 투여해야 하는 임신부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2형 당뇨 환자 등은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뇨병 환자의 90%가 제2형 당뇨병으로 분류된다.

대학병원의 한 내분비내과 교수는 "혈당 조절이 어려워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2형 당뇨 환자 등 건보 급여 대상자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CGM을 사용해 혈당 추이를 확인해야 하는 2형 당뇨 환자는 물론, '혈당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가지는 일반인도 생길 테니, 국내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커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 기술회사인 센세오닉스 홀딩스의 '에버센스 365'라는 제품이 세계 최초 1년 지속형 CGM으로 미국에서 상용화됐다. 최대 15일마다 센서를 교체하던 CGM과 달리 체내에 이식하는 형태다.

체내 이식의 부담은 존재하나, 장기간 지속된다는 특징 때문에 보다 편리한 혈당 관리가 가능해질 거란 관측이다. 미국 머시 병원에서 첫 사용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약 3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혜택받을 전망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