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아이가 쌕쌕 기침에 숨가빠해요”…RSV 의심해야
통용되는 치료제 없어 예방 수칙 준수 중요
예방 항체주사 곧 국내 출시될 듯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찬 바람과 함께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 유행기가 돌아왔다. 국내에서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영유아에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호흡기 바이러스로 손꼽힌다.
30일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RSV 입원 환자 수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 각각 8405명과 1만 1381명이었고,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RSV 입원 환자 수가 1만 명을 상회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올 하반기 RSV 입원 환자 수도 5000명을 넘을 걸로 예상된다.
RSV는 모든 연령층이 감염될 수 있지만, 영유아에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 원인인 만큼 영유아의 예방이 중요하다. 올해 RSV 입원 환자의 54.5%(3271명)가 0~6세의 영유아와 소아 환자로 집계됐다.
다만 RSV는 초기 감염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초기에 RSV에 걸린 건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 혹은 접촉으로 인한 비말로 감염되는 RSV는 보통 4~6일 정도 잠복기를 지난 뒤 증상이 발현된다.
코 막힘, 콧물, 보챔, 식욕부진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전형적인 RSV 감염 초기 증상으로 알려졌다. 성인이 RSV에 걸렸을 경우에는 감기 증상 등을 보인 뒤 호전되지만, 영유아에게는 다르다.
RSV 감염 영유아 중 25~40%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증상이 나빠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어린 자녀가 쌕쌕거리는 기침 소리를 내거나 숨 가쁨을 호소한다면 RSV를 의심해야 한다.
이밖에 자녀가 유난히 피곤해하거나 입술 또는 청색인 경우 혹은 흉벽이 갈비뼈 사이에서 배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는 모양을 보인다면 RSV를 의심하고 즉시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
현재까지 RSV에 구체적으로 통용되는 치료제는 없어, 예방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 씻기 △자녀가 자주 접촉하는 장난감, 식기 등을 소독해 청결한 상태 유지하기 △기침할 때 입과 코 가리기 등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위생 수칙과 더불어 곧 국내에서 적극적인 RSV 예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노피의 영유아 대상 RSV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지난 4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영유아를 대상으로 투여 가능한 예방 항체 주사가 활용됐지만, 일부 고위험군 영유아에게만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뤄진 보험 청구 데이터 분석 결과 첫 RSV 유행기에 RSV 관련 질환으로 병원에 온 영아 중 78%는 기저질환이 없는 만삭아였다.
이 연구는 RSV 예방을 위해서 모든 영아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고, 이 역할을 할 예방 항체 주사로 베이포투스가 거론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는 투여 캠페인을 시작해, 관련 RSV 예방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베이포투스는 첫 번째 RSV 유행에 접어든 신생아 및 영아와 중증 RSV 질환에 취약한 24개월 이하의 소아에게 투여 가능한 RSV 예방 항체주사로 국내에는 2024~2025년 RSV 유행기 중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의 갈리시아주는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국가 예방접종(NIP)에 도입해 효과성을 관찰하고 있다. 올해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 등을 통해 공개된 중간 연구 결과, 투여받은 6개월 미만 영아에서 RSV로 인한 입원이 미투여 영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영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RSV는 영유아 입원의 주된 원인 바이러스로, 특히 부모님들의 높은 관심이 필요한 바이러스"라며 "현재로서는 RSV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을 비롯해 미국, 호주 등 베이포투스 투여를 진행 중인 해외 국가에서 일관된 실사용 증거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도 베이포투스 도입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지금, 활발한 투여를 통해 RSV로 인한 영유아 입원율이 크게 감소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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