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입인두암' 10년 새 2배 급증…"남성도 HPV 백신 접종해야"

박희승 "HPV로 남성 불임 보고돼…저출산 극복 위해 서둘러야"
자궁경부암은 감소, 10년 새 2만7327명→2만4652명

입인두암, 설암, 잇몸암 환자 발생 현황(박희승 의원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10년 사이 남성 구인두암 환자가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구인두암 환자는 지난 2013년 611명에서 지난해 1222명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 남성 구인두암 환자는 1222명으로 여성 구인두 환자 216명에 비해 5.7배 많았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외에 자궁경부 전암 병변, 질과 외음부암, 항문암 및 입인두, 혀, 편도 등의 두경부암을 일으키고, 그 외에도 생식기의 사마귀와 호흡기에 생기는 유두종 등의 다양한 임상질환을 일으킨다.

HPV는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구인두암 등 두경부암을 중심으로 남성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두경부암 중 하나인 설암(혀, 혓바닥)과 잇몸암 남성 환자가 급증세다. 남성 설암 환자는 2013년 2128명에서 지난해 3915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잇몸암도 남성 환자 수가 2013년 391명에서 2023년 699명으로 약 2배까지 늘었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2013년 2만7327명에서 2022년 2만4652명으로 감소했다. 감소 이유는 HPV 백신접종이다. 현재 12세 이하 여성의 80% 정도에서 HPV 백신 무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지원하는 국가는 총 31개국이다. 이중 예방 범위가 가장 넓은 9가 백신이 25개국, 2·4가 백신이 6개국으로 OECD 대다수 국가가 남녀 모두에게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이 여성에게만 백신을 지원하는 국가는 6개국(2·4가 4개국, 9가 2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비용-효과분석 등을 통해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우선순위 평가를 거쳐 도입 타당성을 확보한 바 있으나,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상돼 매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박희승 의원은 "OECD 국가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는 남녀 모두에 대한 백신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더 이상 예산 부족을 핑계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HPV로 인한 남성 난임 확률 증가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으로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라도 국가적 수준에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