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승인 불가’에 의사단체 등 돌렸다…협의체 출범 진통

(서울=뉴스1) 강승지 조유리 기자 = 일부 의료계 단체의 참여 결정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었지만 전공의·의대생의 불참 의지가 확고한 데다 2025학년도 의대증원, 의대생 휴학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견해차로 협의체 출범은 불투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이 "여야가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합류를 요구한 가운데, 민주당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며 의료계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학계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발표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거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의료계의 추가 참여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고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도 "협의체 참여가 어렵다"고 선언한 바 있다.

병원장 단체도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은 뉴스1에 "전공의들의 반발도 있고, 교육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역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는 일이 중요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의대생의 불참 의지가 강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총 3차례나 공개적으로 불참 의향을 전했다. 이들 반발을 의식해 선배 의사들도 협의체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의대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한 뒤 전날 페이스북에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여를 선언한 의학회·의대협회도 조건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제안한 상태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의체 출범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동맹휴학'을 용인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동맹휴학은 법령과 학칙에서 정하는 정당한 휴학 사유는 아니다"라며 "최우선 과제는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의대생 휴학 승인 사안을 두고 의정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르면 이번 주로 예견된 협의체 출범이 순항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휴학계 허가라는 전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출범에 대한 여당의 연락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박단 위원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1시간 30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민주당 측이 제안해 성사된 만남을 통해 양측은 의료대란 해법과 국내 의료체계 문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2025년 의대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이어지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도 촉구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뉴스1에 "의학회·의대협회의 참여도 긍정적이고 반길 일이지만 정부와 용산은 '조건없는 대화'를 거론하면서도 의제를 제한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정부·여당은 모든 안건을 논의할 분위기를 형성하는 점에 대해 수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의 임현택 회장은 탄핵 위기에 처해 이번 사태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탄핵 추진 사유로는 △간호법 제정 △의정갈등에 대한 의협 대응 △막말 논란 △전공의 단체의 불신이 꼽힌다.

총 103명의 의협 대의원은 지난 24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안건은 임 회장의 불신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총회에서 재적 3분의 2(164명) 이상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돼 임 회장이 탄핵당할 수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임 회장이 그간의 회무를 되뇔 필요가 있다"면서 "의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 한 전공의들을 자극하고, 전공의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사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됐다. 임 회장이 잘 생각해볼 일"이라고 언급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