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의체 동참' 의료계 온도차…전공의들도 의견 '분분'

박단 "참여 생각 없어"…사직 전공의들 "2025년도 증원 중단해야"
사직 전공의들 "환자 피해 눈뜨고 볼 수 없어…협상하고 복귀해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구급대원들이 오가고 있다. 2024.10.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한의학회(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대협회)가 의사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히자, (사직) 전공의, 의대 교수, 의사단체 등 의료계에서도 추가 참여 여부를 두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학회, 의대협회는 지난 22일 정부, 정치권에게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의대생 집단 휴학이 계속되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면서 신규 의사, 전문의 배출도 차질을 빚어 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수급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올해 수능이 예정된 다음달 전에 2025, 2026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논의해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대한의학회, 의대협회가 주장한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대 증원'과 관련한 질의에 "2025년도 (의대 증원 조정)는 불가능하고 2026년도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이것은 학사 일정 그다음에 입시 절차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 하여튼 입학정원과 관련해서도 (협의체에)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교육부 또한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대입 수시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령상으로도 사실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의 미래, 국민의 건강권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염려도 보이지 않는 교육부와 관계자의 입장을 접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8일 대전 중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시스템 네트워크 염증 조절 연구센터(SNI-MRC) 개소식에 참석한 의료진들이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사직 전공의들 대다수는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입장이 없다"고 적었다. 그는 다음날에도 대한의학회 회장과 의대협회 회장을 향해 "정치인들에게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A 씨는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의학회와 의대생들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협의체를 시작으로 의료계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느낌만 든다"고 우려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B 씨는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인데, 이게 바뀌지 않는다면 협의체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도 전날(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는 고령화, 출산, 지방소멸 등 사회 문제와 특정과목 기피, 지역 기피, 일차의료 붕괴 등 의료위기를 뒤로한 채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비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단체들은 협의체 참여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날 뉴스1에 "24일 회의를 통해 협의체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22일 기준으로는 '전의비는 일단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가 공식입장이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전날 밤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결과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며 "전공의와 학생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되어야 하며, 정부도 의료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의협은 현시점에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한의학회가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만큼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대학병원에 남아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로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C 씨도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부터 쭉 의료현장에 있으면서, 24시간 켜져 있던 응급실 불이 어느날 갑자기 꺼지고, 함께 병원에서 근무했던 (청소 담당) 여사님이 무급 휴직을 통보받고, 전공의가 혼자 밖에 없어서 일주일에 밤샘근무를 3일 넘게 서고 있다"며 "진정으로 환자와 함께 일했던 전공의, 간호사, 병원 직원 등 동료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제는 병원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전공의로 근무하는 D 씨는 "전공의, 인턴 중에는 내년에 복귀를 하고 싶어하는 인원이 절반 이상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3년차였을 때 전공의를 그만두고 나간 사람은 다시 시험을 봐서 1년차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3년차로 복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하는 것이 있으면 (협의체가 만들어지는) 현시점이야말로 정부, 정치권과 협상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