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유방암 치료비, 20대 724만원·50대 486만원…격차 왜?

신규 환자 3만명대…치료 후 회복, 사회복귀 과정 논의 필요
피하주사제 개발…치료비 절감, 치료 시간 단축 기대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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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유방암 신규 환자 수가 처음으로 연간 3만 명을 넘어섰다. 조기검진이 활발해지면서 20~30대 젊은 환자의 발생이 두드러진 가운데 환자 대부분은 치료 시작 후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 앞으로 치료 후 회복과 사회복귀 과정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학회는 유방암의 국내외 현황 및 진단과 치료 등에 대한 정보를 망라한 '한국유방암백서'를 2년 만에 업데이트했다. 올해 한국유방암백서(2021년 통계 기준)를 보면 환자 발생 추이는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5.6배 증가했다.

연간 유방암 신규 환자는 2019년 2만 9749명에서 2021년 3만 4780명으로 늘었다. 연간 3만 명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회는 그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비만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총기간 연장 등을 추정했다.

학회는 또 "검진 활성화에 따라 조기 발견되는 환자 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져 이런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백서에서 일관되게 꼽은 역학적 특징은 서구에 비해 폐경 전 젊은 환자 발생률이 높다는 점이다.

학회는 "폐경 전 유방암만의 비율만을 비교할 때는 서구에 비해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한국 여성에게 맞는 유방암 예방과 조기검진, 진단과 치료, 치료 후 회복에 대한 독자적 프로그램 마련이 중요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유방암 환자 대부분이 치료 시작 후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가운데 경력 단절이 소득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진료비 부담은 가중되는 데다 전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40 젊은 암 경험자와 생존자의 사회복귀를 고민하는 '사단법인 쉼표'가 지난 2021년 조사한 결과 유방암 치료를 시작한 후 직장을 그만둔 환자 비율이 90%에 달했으며 20~30대 환자의 51%는 최초 진단 6개월 이내 퇴사를 택했다.

이에 따라 치료 후 환자의 가계소득은 월평균 171만 원 감소한 반면 고정지출과 치료를 위한 신규 지출 발생으로 상당한 부담을 겪는 걸로 조사됐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1인당 진료비는 20대 724만 2000원, 30대 708만 8000원, 40대 583만 6000원, 50대 486만 5000원 등 연령대가 젊은 환자일수록 치료비 부담은 더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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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1인당 진료비가 높은 걸 두고 의료진들은 20~30대 환자가 전이성 강한 유방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연령대 환자보다 항암치료 등을 더 적극적으로 받았을 걸로 추정한다. 또 절제술을 진행한 뒤 유방재건술을 받았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20대와 50대의 부담 차이는 약 240만 원으로 국내 평균 중위소득(2020년 242만 원, 2021년 250만 원, 2022년 267만 원)과 맞먹는다. 경제적 활동 감소에 따른 생산성 손실로 한국이 감당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6억 1000만 달러(약 8195억 3500만 원)로 추산됐다.

이런 가운데 기존 정맥주사로 투여하던 2가지 유방암 치료제 성분을 1개의 피하주사제(성분명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로 개발한 '페스코'가 나오면서 유방암 환자의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25%에 해당하는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기존 정맥주사 치료로는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1회 투약 및 관찰에만 4시간 30분이 필요했다.

그러나 페스코는 주사 치료 투약 및 투약 후 모니터링 시간을 최대 90%까지 단축할 수 있다. 유지용량으로 투여 시 1회 투약 및 관찰 소요 시간에 총 20분만 소요된다. 이런 이점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2021년 항암제 최초로, 개량생물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페스코의 사회경제적 혜택에 대한 연구도 나왔다. 기존 정맥주사를 페스코로 전환하면 연간 의료기관의 경제적 비용을 최대 9만 3455유로(약 1억 4000여만 원), 환자의 사회적 비용 4854유로(약 720만 원)를 절감할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페스코는 지난 8월부터 국내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들이 기존 치료에 겪었던 시간적·물리적 불편함과 부작용 등 사회경제적·심리적 부담까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