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센다 가고 위고비 왔다?…의사들 "기존 비만약 시장 크게 바뀔 것"

"시장철수·중독우려 등 그간의 약보다 쓸만해, 효과 있어"
"위고비 시장 안착하면 삭센다 발매 중단? 추이 지켜보자"

16일 서울 강남구 파크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지난 15일 국내에 출시 됐다. 펜 모양의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씩(4주) 투여하도록 개발·제조된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쓰일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된 데는 단순히 해외 유명인의 다이어트 비결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인 의사들도 자신 있게 권하는 상황이 반영된 분위기다. 당장 위고비를 선보인 업체의 기존 약 '삭센다'마저 대체되는 형국이다.

20일 관련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펜 모양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4주)씩 투여하도록 개발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지난 15일 출시돼 16일부터 병의원 의사들의 환자 진료에 의해 처방되고 있다.

위고비는 혈당과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며 식욕을 억제한다. 주사제를 주 1회 복부, 허벅지 등 피하 지방조직에 놓으면 된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유사체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였으나 기대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로 비만약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주 1회 놓은 위고비는 매일 1번 투여해야 하는 삭센다보다, 편리하고 체중감량 효과도 뛰어났다. 삭센다는 56주 기준으로 평균 7.5%, 위고비는 68주 투여 기준 14.8% 체중 감량 효과가 각각 확인됐다.

위고비나 삭센다가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주사지만, 기존 비만약은 먹는 약(경구제형)이다. 그럼에도 위고비가 주목받는 건 일부 먹는 약들에 향정신성의약품 '펜터민'이 포함돼 오래 복용하면 환각, 의존에 빠질 수 있다는 한계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내일부터 국내 일부 병·의원에 공급될 전망인 가운데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릴 예정인 출시 심포지엄에 앞서 행사장 앞으로 외고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 2024.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경기 지역의 피부 비만 클리닉 A 원장은 "향정신성의약품이었던 기존 약보다 건강하게 살을 뺄 수단이며 주 1회 투여니, 비싸더라도 감수하고 위고비를 택할 환자들이 많다. 이제 살을 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빼는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간 삭센다를 가장 많이 처방했을 거란 피부 비만 클리닉의 B 원장은 "삭센다보다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나고, 먹는 약보다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니 관심이 모인다.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지만 상쇄할 만큼 변화가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삭센다가 출시되기 전에는 '벨빅'(제조사 에자이, 국내 허가권자 일동제약)이라는 약이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해외 임상시험 결과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걸로 나타나 전 세계에서 철수한 뒤 삭센다가 수년간 왕좌를 지켰다.

노보 노디스크가 삭센다 다음으로 위고비를 선보인 가운데, 삭센다의 기존 물량이 소진된 뒤에는 위고비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피부 비만 클리닉 등에서는 삭센다 사용 환자들의 위고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피부 비만 클리닉 A 원장은 "삭센다 사용 환자들이 위고비로 갈아탈 생각을 많이들 한다"고 귀띔했고 B 원장 역시 "삭센다 사용 환자들이 위고비를 택할 일이 꾸준히 늘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용성형 분야 학회장을 지냈었던 서울의 미용성형 클리닉 C 원장은 "앞으로 삭센다를 주문한 개수만큼 위고비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재고를 소진한 뒤 위고비 공급에 매진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위고비 출시 심포지엄을 다녀온 가정의학과 D 교수는 "삭센다를 다빈도로 처방한 의사 400명이 위고비에 관한 설명을 듣고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며 "업체가 삭센다를 즉각 철수하지 않겠지만, 물량을 줄이며 위고비에 주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한편, 위고비의 국내 허가권자인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과 중간 유통을 맡고 있는 쥴릭파마코리아는 위고비의 초도 물량 등 총공급량과 향후 영업·마케팅 계획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에 대해 "의사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며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며 "처방받지 않고 온라인 등에서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관련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 행위를 1개월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해당 치료제의 개별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분석한 후 다빈도 처방 기관 등을 중심으로 과대광고 여부 등 현장점검도 할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