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이번 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처방 가능…예약문의 줄 이어"

"약이 충분치 않고 진료비 책정 고민…2펜씩 받기도"
해외직구 등 불법광고 발견…식약처 "차단 요청중"

16일 서울 강남구 파크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지난 15일 국내에 출시 됐다. 펜 모양의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씩(4주) 투여하도록 개발·제조된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쓰일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지난 15일 국내에 출시돼 16일 병의원과 약국에 속속 공급되는 등 이르면 이번 주부터 처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벌써 '품귀 현상'이 벌어졌고, 해외직구 같은 불법광고도 등장해 오남용 우려는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를 국내에 허가받은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지난 15일부터 주문을 받았고 당일 의약품 유통업체 등을 거쳐 전날(16일) 일부 병의원과 약국에 초도물량을 공급했다. 초도물량 등 국내 총량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펜 모양 주사 1개로 주 1회, 1개월(4주)씩 투여하도록 개발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의사가 처방한 뒤 약사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쓰일 전문의약품이다. 주사제는 의약분업 예외 품목으로 의사가 원내에서 처방할 수 있다.

경기 지역의 비뇨의학과 개원의 A 원장은 "지난 15일 용량당 2펜씩 주문해 벌써 왔다. 예약을 받지 않았고 처방 계획도 없어 당분간 비치만 해둘 예정"이라며 "워낙 유명한 약이 돼 눈길을 끌겠지만, 고가 약이라 우리 쪽에서 쉽게 처방되지 않을 거 같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의 한 내과 개원의 B 원장은 "예약한 10명 미만에게 다음주 중 처방한다. 벌써 품절이고, 난리"라며 "피부미용, 비만을 다루는 병의원에 문의가 쇄도하겠다. 아직 약이 적게 공급돼, 일선 병의원당 수십 명 정도로 예약받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신규 거래 병의원에 용량당 2펜씩 주문할 수 있다고 공지한 걸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오전 주문 개시 직후에는 수량을 제한하지 않아 일부 병의원은 수십 펜씩 확보에 성공했다.

경기 지역의 피부 비만 클리닉 C 원장은 "이번주 금요일 입고가 예상된다. 15일 주문 초기에 수량 제한이 없어 용량당 20펜씩 잡았다. 몇 개가 들어올지 몰라 예약은 받지 않았었지만, 기존 비만약 '삭센다' 사용 환자들로부터 문의는 매우 많았다"고 설명했다.

위고비의 국내 병의원 공급가는 4주분 기준 37만 2025원인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실제 환자의 부담은 4주분 기준 80만원대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거론된 가운데 "상황상 평균치로 잡겠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내일부터 국내 일부 병·의원에 공급될 전망인 가운데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릴 예정인 출시 심포지엄에 앞서 행사장 앞으로 외고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 2024.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피부 비만 클리닉 C 원장은 "마약성 식욕억제제보다 건강하게 살을 뺄 수단이라 추이를 지켜볼 만하다"며 "사입가가 드러났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싸거나 가격을 내릴 수 없다. 시술이나 미용기기 활용 프로그램을 묶어 60만 원 중반으로 내걸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품귀 현상과 사회적 관심이 더해져 해외직구 같은 불법 광고가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위고비는 전문의약품일뿐더러 온라인상 개인 간의 거래는 불법이다. 일부 병의원도 약을 받아간 환자의 판매를 우려해 1회 주사는 병의원에서 놔준다는 원칙을 마련하고 있다.

한 온라인 해외 직구 사이트는 인스타그램을 거쳐 '위고비 직구' 같은 단어로 불법 광고를 게시했다. 위고비는 물론, 위고비와 같은 성분의 당뇨병 주사제 '오젬픽'과 위고비의 경쟁 약으로 거론되나 국내 출시되지 않은 비만약 '마운자로' 등의 약 구매를 안내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위고비 출시 상황을 겨냥해 "의사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며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며 "처방받지 않고 온라인 등에서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식약처는 관련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 행위를 1개월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와 관련해 "지난달 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한 사례로 아직 미회신(심의 중)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해당 치료제의 개별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분석한 후 다빈도 처방 기관 등을 중심으로 과대광고 여부 등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라며 "지속해서 국내외 안전성 정보 및 이상 사례를 관찰하겠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