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약' 위고비 국내 상륙…"이 질환 환자, 투약 피해야"

식약처·의료계 "두통·구토 등 보고돼…비만 환자만 사용"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유통·구매하지 말아야

한국노보노디스크 제약이 15일 출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아티드' 노보 노디스크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른바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가 15일 국내에 출시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이 약은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주사기로 주 1회 배나 허벅지 등에 본인 스스로 주사가 가능한 투약의 편의성도 높여 주목을 끈다.

이런 기대감에 편승해 시장의 수요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선 부작용과 특히 오남용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특히 비만 환자에 한해 의사 처방에 따라 쓰여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위고비 주문을 받는다. 위고비의 국내 허가권자인 한국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이날 저녁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의료진 대상 출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위고비는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이뤄졌다. 이 성분이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둔다.

위고비는 지난 2018년 국내 출시돼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삭센다'보다 효과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 68주 동안 투약했을 때 체중이 평균 14.9% 줄어드는 걸로 나타났다.

삭센다는 56주 투약한 뒤 체중 감량 효과가 7.5%였던 데 비해 효과가 큰 셈이다. 또 삭센다는 매일 주사해야 하는데 위고비는 주 1회 복부나 허벅지 피하지방에 스스로 주사하면 된다.

위고비 펜 주사기 1개당 공급가는 37만 2025원이다. 하지만 이는 병의원과 약국 공급가인 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실제 가격은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남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단순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라면 사용을 권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위고비 자체가 고도비만 환자나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가진 비만 환자에게만 쓰여야 한다는 게 식약처 허가 사항이기도 하다. 또 비만 치료제 약제 특성상 입맛이 떨어지고, 간혹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위고비는 비만도 평가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및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관찰됐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 췌장염, 당뇨병(제2형) 환자에서의 저혈당·망막병증 등도 우려돼 해당 질환 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

김대중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투여 주기와 효능 모두 개선된 약인 만큼 비만 치료에 있어 주목받는 약"이라면서도 "고도비만 또는 비만이면서 동반 질환이 있어 적극적인 체중 감량이 요구되지 않는 한, 이 약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삭센다도 온라인상 개인 간 판매, 유통이나 구매가 문제가 됐다. 특히 위고비는 고가의 비급여 비만 치료제인 만큼 관계 당국이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감독할 때"라고 진단했다.

1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사 처방 하에 쓰일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니, 보통 비만으로 진단받고 약 사용이 요구돼 활용될 것"이라면서 "이 약이 비만 치료에 최고거나, 살을 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구역질, 구토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은 흔할 수 있다. 그 외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고 보기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삭센다가 인기를 끌 때도 그랬지만 자기가 쓰지 않을 건데 잔뜩 처방받아 되파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처방받고 쓰다가 남은 위고비를 온라인 등에서 판매할 경우 약사법 44조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의약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일도 판매로 간주해 처벌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불법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자율 관리·합동점검 등을 통해 불법 판매·유통·구매 게시물 차단에 나서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