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특위·추계위 합류' 압박하는 정부…"의협은 뭐하나"
정부 "백지화 빼고 전공의 복귀 요구안 정책 반영…대화하자"
'25년 증원' 오락가락…의협회장, 전공의·대의원 불신임 직면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이 사태 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대화하자는 말은 넘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갈등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의대생들이 다시 돌아와야 끝낼 수 있다. 문제는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2025년 의대 정원을 백지화해야 대화를 생각해 보겠다는데 있다. 일부 의사 단체들이 협의체든 추계위든 합류할 의사를 비치다가도 멈칫거리는 이유도 전공의와 의대생 눈치가 보여서다. 의사 단체가 합류해 협의체와 추계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2025년 의대 정원이 백지화 되지 않는 이상 전공의와 의대생이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4만명의 의사 회원들을 대표하며 이른바 의료계 법정단체임을 자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임현택 현 회장에 대한 불신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전공의·의대생 단체 대표들만이 아니라 일선 의사들도 임 회장이 의정 갈등 상황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5일 정부와 정치권은 '여야의정 협의체'를 전제 조건, 사전 의제를 정하지 않고 의정갈등의 실마리를 풀 대화의 장으로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의협 등 총 8개 단체는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2025학년도 의대증원 문제 재논의 등이 우선 조건임을 강조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전제 조건, 사전 의제를 정하지 않고 진솔하게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입장"이라며 "한 대표가 의료계를 만나서 협의할 때 정부 입장을 잘 말씀해달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의사 단체장은 "의료계 내에서 협의체 참여를 원하는 인물은 있다고 파악된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의사 직역을 대표하기 힘들뿐더러 이번 일의 핵심인 전공의·의대생을 대신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여야 정치권은 의협 등 의사단체를 만나 '의정갈등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5학년도의 정부 변화를 요구하기 힘들 테니 2026학년도는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조건을 일부 단체만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뿐 전공의·의대생의 협의체 참여까지 이끌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전공의 대표와 의대생 대표는 임 회장과 어떻든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대위원장들과 "어떤 테이블에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 없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달 1일 "재차 강조하지만 임 회장은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직격했고,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건이 맞는다면 복귀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이는 큰 패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임 회장에 대한 의사들의 지지도를 가늠할 조사도 나왔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이 지난 8월 28일부터 진행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설문조사 결과 지난달 27일까지 설문에 참여한 1982명 중 1689명(85.2%)이 불신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는 의협 정관에 따른 정족수에 미달돼 불신임 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설문 주최 측은 "일부 회원들은 의협 집행부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최근 임 회장 행보에 대해 "몇 달간 '그래도 회장이니깐'으로 존중했으나 이젠 회장이니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았으면 좋겠다. 의대협 회장도 경험한 박단 비대위원장이 사직 전공의·휴학 의대생 입장을 더 잘 안다. 임 회장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의대생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다. 의사 단체 한 인사는 "의료개혁특위든 추계위든 들어가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렇게 시간을 끌면 결국 의사가 유리하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내건 요구안을 대부분 정책에 반영한 만큼 이제는 대화에 나서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전날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형식과 의제에 상관없이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며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얘기한 7대 요구 중 의대 정원 전면 백지화를 제외한 요구사항은 대부분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현택 회장은 3일 공개된 유튜버 '빌런 간호사'와의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의료제도를 바로잡고 의사들이 현장에서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큰 힘을 썼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임 회장은 대한간호협회 등을 겨냥한 박용언 부회장의 막말 논란에 대해 "간호사들을 상대로 한 발언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련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협회장으로서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향후 계획을 두고는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의료계가 같이 진솔한 대화를 해, 그동안의 문제뿐만 아니라 후손들까지 좋은 의료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등 과거와 달리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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