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응급의료비 869억 내주고 돌려받은 돈 91억 뿐"

'응급의료비용 대지급사업' 상환율 10%에 불과
김선민 "제도 지속성 위해서 미상환 대책 강구해야"

2일 오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와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당장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응급의료비용 대지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당장 납부하지 못한 응급의료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대신 지급해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제도다.

그런데 그동안 869억원의 응급의료비용을 빌려주고, 100억원도 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미상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된 2006년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응급의료비 대지급 누적금액은 총 869억4400만원으로 이중 상환 금액은 91억원에 불과한 걸로 나타났다. 상환율이 10.5%에 그친다.

누적된 미상환액은 778억300만원으로 결손처분한 460억원을 제외하면 최종적인 미상환액은 317억5100만원이다. 최근 3년별로 보면 2022년 106억5967만원, 2023년 48억9086만원에 이어 올 8월 기준 미상환액이 62억9800만원에 달한다.

응급의료비 대지급금 상환 및 결손(누적) (단위 : 건, 백만원, %)(김선민 의원실 제공)

응급의료비를 돌려주지 않은 이들의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살펴본 결과 올 8월 기준 미상환자 1만7481명 중 5031명(28.8%)은 건강보험 가입자였다. 이들 중 부과된 건강보험료가 20만원 이상인 미상환자는 총 281명(지역가입자 84명, 직장가입자 197명)이었다.

월 건강보험료가 100만원(직장가입자의 월 소득으로 단순 환산해보면 약 월 1410만원 소득) 이상인 미상환 건강보험 가입자도 9명이나 됐다. 통상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약 21만원이다.

일례로 매달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424만원인 지역가입자 성 모씨는 지난 2022년 3월 한 병원 응급실에서 11만4000원을 내지 못해, 정부가 대신 냈으나 지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의 보험료를 직장가입자 소득으로 환산해도 월 소득이 약 5981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응급의료비용 대지급 사업은 응급의료를 받은 환자의 비용을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일부 사람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환율이 10%에 불과하다. 월 소득이 1000만원이 넘는데 2년 전에 빌린 11만원도 안 갚았다면 문제 아닐까. 제도 운영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갚을 능력이 되면서 갚지 않는 고의 미상환 문제의 대책을 보건복지부는 빠르게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