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지만으로 금연 성공률 3%, 약사 도움 받았더니 36%"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⑩] 금연치료 지원사업 이수율 30% 그쳐
5년간 2631억 투입, 효과는 '글쎄'…"금연사업 제대로 된 평가부터"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5년간 26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업 참여자의 금연치료 이수율이 30%대에 그치고 있어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들어 지역 약국이 금연상담 등에 참여해 보건소와 약국, 병의원이 연계하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그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지역 약사가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상담을 진행하면 상담수가 등 유인책이 있어 약사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니코틴 대체제 복약지도 등을 위한 교육 체계도 딱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14년 차 보건소 금연클리닉…5년간 2600억 쏟아부었는데 효과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필두로 국가 단위 금연지원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금연 상담 전화, 온라인 금연지원서비스, 군의경 금연클리닉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재원을 확보하면서 병의원과 연계한 금연치료 지원서비스, 금연캠프,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등 서비스를 다양화했다.

건강증진기금과 금연지원사업 예산 추이(단위 억 원).(자료 보건복지부)/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문제는 예산 감축과 실효성이다. 병의원 금연치료 서비스를 제외한 금연지원서비스에 배정된 예산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에서 배정된 국고로 운영된다. 이 예산은 2020년 1220억 원에서 2024년 1000억 원으로 몸집이 줄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금연치료 지원사업 및 흡연율 현황'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지난 5년간 약 263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사업 참여자의 이수율은 30%에 그쳤다.

금연치료 지원사업은 8주~12주 기간 동안 6회 이내의 의사 진료상담과 의약품·니코틴 대체제 등 금연 치료제 구입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금연치료 지원사업 참여자 현황을 보면 2019년 28만 9651명이던 참여자 수가 2022년 15만 5021명으로 46.5% 감소했다.

백종헌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금연 관련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제 사업 이수율이 30%에 불과하고, 참가자들이 상담이 아닌 투약에 집중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 금연치료가 가능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총진료비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금연치료 지원사업의 질적 제고와 이수율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사가 개인 맞춤형 금연상담 했더니…성공률 '3%→36%'

해외에서는 지역약국에서 약사가 금연상담 등을 통해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국제 약학 실무 학술지에 게재된 'PC를 활용한 지역약국 맞춤형 금연상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흡연자의 36%가 4주간 금연을 지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약사들로부터 개인 맞춤형 행동 조언 등을 포함하는 상담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약사들의 피드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인 의지에 의한 금연 성공률은 3~5%대에 그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장은 "약국은 지역금연지원센터와 달리 지역사회에 많이 있다. 약국에서 국가금연서비스가 제공되면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면서 "약사는 이미 방문객과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 더 쉽게 금연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연지원서비스에 약사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태국 등이다. 캐나다는 니코틴 보조제 등 약물 관리 시스템, 금연 환자 관리 시스템에 환자를 등록하게 되면 약사에게 소정의 상담 수가가 지급하는 등 약사가 금연지원서비스에 참여할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한 흡연자가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뉴스1 황기선 기자

국내에서 지역약국을 활용한 금연지원서비스는 아직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약사가 금연지원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책이 부족하다. 또 흡연자 건강 관련 데이터나 체계적인 약물 관리 시스템 등이 미비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상담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약사들은 약국이 금연 등 시민을 위한 건강관리센터 중 하나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 등은 최근 서울시가 개최한 '2024 건강서울페스티벌'에서 금연상담 부스를 열었다. 금연을 위해 니코틴 대체제 등을 활용할 때 약사의 올바른 복약지도와 금연 권고가 금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알렸다.

김정은 강남구약사회 학술위원장은 "현재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상담제공자에 약사는 제외돼 있어 약국에서 종합적인 금연 상담을 진행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면서 "지역의료 차원에서 접근성이 좋은 약국이 금연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다면 보건소, 병의원과 각각 확실한 역할 분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사업 평가 단 한차례도 없어…문제점 찾아야 대안 모색"

약사가 금연지원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도입도 서둘러야 하지만 이와 함께 교육 체계 등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금연상담전문가 등과 관련한 교육을 받으면 학점 이수와 자격증 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교육 자체를 받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A, B 약국과 충남 아산에 있는 C 약국에 방문해 니코틴 대체제를 구입해보니 별다른 복약지도 없이 제품을 줬다. 니코틴 대체제는 일반의약품이라 별다른 복약지도 의무가 없다. 약사법 50조 4항을 보면 일반의약품 판매 시에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2018년 코크란 리뷰에 게재된 '니코틴 대체 요법과 금연 조절 비교'에 따르면 니코틴 대체제를 활용할 시 금연 성공률은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50~60%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니코틴 대체제 구입 시 복약지도 등이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약사를 위한 별다른 금연상담 교육 과정과 유인책이 없어 니코틴 대체제 복약지도에 관심이 있는 약사와 없는 약사로 극단적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약사는 "평소 니코틴 껌이나 니코틴 패치 등 니코틴 대체제를 구입하러 오거나 금연지원서비스를 통해 니코틴 대체제를 처방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는 흡연자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사용법 등을 알리고 있다"면서 "니코틴 대체제는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해야만 금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용법을 중점으로 자세히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잘못된 사용 방법만 교정해도 이전에 실패한 금연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약국에서 금연상담을 할 수 있다면 니코틴 대체제를 기반으로 올바른 금연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금연율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연지원서비스 관련 교육은 크게 국민건강보험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 국가금연지원센터 온라인 금연교육센터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들 과정은 이수자에게 학점 이수나 자격증 수여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성규 센터장은 "기존 복지부 교육은 모두 온라인이다. 교육효과가 없다"면서 "전문성을 갖춰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민간기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약사 대상 금연 상담 교육 해외 사례.(출처 각 기관)/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약사를 대상으로 금연상담 교육을 진행하는 주요 국가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주 약사회가 웹사이트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수 시 6시간 교육과 관련한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시험에서 70% 이상 점수를 기록해야 학점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국립금연교육센터가 약사를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4가지 기초교육 후 11가지 심화교육이 진행된다. 이수 시 자격증 등이 제공된다. 캐나다에서는 중독·정신건강센터에서 약사를 비롯한 보건 분야 전문가에게 금연상담 교육을 진행한다. 46.5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금연 지원 전문가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10년 이상 추진 중인 국가 금연사업이 제대로된 평가를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평가가 없으니 변화 필요성을 모르는 것"이라면서 "평가를 하고 문제를 찾으면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