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의사 단체, 수급추계위 불참 선언…대화 물꼬 다시 원점

의협·대한의학회 등 "2025년 정원 논의 없이 대화 없다"
전공의·의대생 싸늘…의협 등 "추계위원 추천 않기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초음파 진단 실습을 하고 있다. 2024.9.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사과하며 여야의정협의체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참여를 제안했지만, 대다수 의사단체가 "2025학년도 정원을 논의해야 한다"며 추계위 불참을 표명하면서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전공의 대표들의 경찰 참고인 조사에 이어 의대생의 휴학계를 서울대 의대가 처음 승인해 준 걸 두고 교육부가 현장 감사에 나서는 일련의 상황에 의사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적정 의사인력 규모를 과학적·전문적으로 추계하는 전문기구인 의사인력 추계위원회를 올해 안에 출범하기 위해 18일까지 위원을 추천받겠다는 정부 방침에 5개 의사단체는 전날(2일) 연석회의를 연 뒤 "추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5개 단체엔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포함됐다. 이들은 "정부가 2025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지난 1일 "2025년도 의대정원에 입장 변화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역시 '증원 전면 백지화'와 '의-정 동수 법제화된 거버넌스 구축'을 요구해온 터라 전공의·의대생의 참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여야의정협의체와 추계위 합류를 제안받은 병원 단체들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병원 단체장은 "2025학년도부터 얘기해야 한다. 선배로서 전공의·의대생 의견을 거드는 데 충실하겠다"며 "추계위는 정부 연락조차 아직 안 왔다"고 털어놨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인력 수급 추계 논의기구 구성 방안'을 발표하며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장관은 "2025학년도는 이미 절차가 들어가, 논의 불가능하다"며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내면 2026년도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으며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역시 "2025학년도 증원은 과학적 근거하에 이뤄졌다"고 했다.

8개월째 양측 사이에서 2025학년도 증원만 되풀이해서 쟁점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전국 39개 의대, 1개 의학전문대학원 가운데 서울의대가 처음으로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한 것을 두고 교육부가 전날 고강도 감사에 착수하면서 양측간 대화의 물꼬 가능성은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교육부 감사관실 직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의대 집단휴학 승인과 관련한 사항을 감사하기 위해 대학본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의협 등 5개 단체는 "서울의대 결정을 지지하며 교육부의 현지감사 즉각 취소를 요구한다"고 했고 그중 의대학장들의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휴학 승인은 (해당) 대학의 정상 절차였다. 각 대학 자율에 따라 휴학 허용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의사 법정단체로서 의협이 지속적으로 이번 사태에 의견을 드러내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차라리 나서지 말라'며 임현택 의협회장의 대표성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박단 위원장은 임현택 회장 취임 때부터 "그가 전공의·의대생을 대변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고 지난 1일에는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말아달라"고 직격했다.

의협 회원 중 9명 가량은 임현택 회장 불신임에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이 한 달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982명 가운데 85.2%가 임 회장 불신임에 동의했다.

불신임 이유로는 '무능하다'(181명), '언론 대응에 문제가 있다'(143명), '독단적 회무'(138명) 등이 거론됐다. 다만 이 설문은 발의 조건인 '전체 선거권 회원의 4분의 1'(1만4500명)을 넘지 않아 실제 불신임으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