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사과’ ‘대화조건 완화’ 미묘한 기류…“속단은 금물”

협의체도 의사추계위도 평행선…'25년 의대증원'에 갇힌 의정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9.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7개월 넘게 충돌하고 있는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가 처음으로 전공의에게 사과를 표명했고 의사 단체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화를 위해 한발짝 물러서는 듯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3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의대증원 이슈를 두고 정부를 대표하는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에게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7개월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 온 정부가 미안한 마음을 처음 표현해 긍정적 변화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00명 당장 증원하자고 해, 시작된 사태로 내년도 1509명 증원 강행하면 수십 년간 의대 교육의 파탄은 피할 수 없다. 2026학년도부터는 유예가 아니라 감원도 가능하다는 걸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2025년 의대 정원도 백지화'를 요구해온 의협이 한발짝 뒤로 물러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도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모처럼 덕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의정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 등 적정 인력을 추계하기 위한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와 여야의정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거듭 제안하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백지화에 대해서는 "이미 대학입시 절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 없이는 추계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는 "결국 전공의들이 복귀를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신뢰 회복에 먼저 나서야 한다며 "의료대란 사태는 결코 우리 전공의들 탓이 아니다. 복지부에서 의제제한 없이 논의하자며 2025학년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는데, 의제 제한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수 성균관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계위를 거쳐 의사 수를 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면 올해 의대 증원은 왜 이렇게 엉터리로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2025학년도 증원규모 결정을 엉터리로 한 것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정부가 인정을 했으니 지금이라도 2025학년 입학정원은 이전의 정원인 3058명으로 모집하고, 2026년 정원은 제대로 추계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추계위에서 2025년도 증원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도 의대 증원안도) 과학적인 근거 하에 세계적인 연구논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수급추계기구에 참여해 합리적인 안을 내어준다면 충분히 논의를 해 2026년도 (증원)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계위에 대해 의협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필요한 의료 인력의 수를 최종 결정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최 대변인은 "사태 초기부터 반복적으로 의견을 냈듯 자문 기구가 아닌 의결 기구로 절반 이상의 의료 전문가(의사)가 포함돼야 한다"며 "의사 인력은 의료비 증가와 직결되는 만큼 국민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단체들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도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 교수협의회 대변인은 "아직까지는 (협의체) 구성에 대해 논의가 왔다갔다 하는 단계"라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철회에 대해) 정부에서는 기본적으로 할 수 없다고 얘기를 하기 때문에 (협의체 구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의사단체 간부는 "전공의, 의대생 등이 협의체에 들어간다고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 의학회 등 단체가 협의체에 들어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의대생 등은 협의체 참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rnkim@news1.kr